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인하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26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내년부터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적립, 커피전문점 할인 등 각종 소비자 혜택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카드사 수수료 인하 방안으로 카드사들에게 마케팅 비용 축소를 주문하면서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까지 과도한 부가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모는 연간 1조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비주얼그래픽팀=임금진PD]
업계는 정부가 계속해서 지목해 온 '마케팅비'를 줄이기 위해선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서비스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비는 곧 고객 서비스다. 그런데 이 부분을 줄이라고 하니 당연히 서비스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가장 먼저 내년 초부터 3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5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에게 최대 12개월까지 무이자로 제공했다.
또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면 기본으로 탑재된 부가 서비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마다 적립되는 각종 포인트나 가격 할인, 캐시백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가서비스는 카드 이용자와 사전에 약속한 기본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마음대로 축소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소비자 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부가서비스 축소를 사실상 허용하지 않았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발표에서 "카드 이용자는 연회비 8000억원을 부담하고 그의 7배에 해당하는 5조 8000억원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렸다"며 "신용카드 이용자들은 결제 편의성, 1개월간의 신용 이용 등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에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1월까지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를 통해 과도한 부가서비스의 단계적 축소를 추진한다.
현행 규정상 카드사들은 출시 3년이 지나야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능하다. 그런데 카드상품 출시와 소비자 이용 기간, 카드사 손실 등을 종합 고려해 기존에 발급된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요구대로 카드 출시 3년 안에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능해지면 당장 내년부터 현재 가지고 있는 카드의 각종 포인트 적립, 할인 등의 혜택이 줄어든다.
신규 출시되는 카드 부가서비스 혜택도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백화점식의 복잡한 부가서비스와 이용 조건을 간소화해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이용 가능한 '적정 수준'의 부가 서비스를 탑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결제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내는데 정부 정책 대로면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면서 "고객 서비스 축소는 불 보듯 뻔하다. 앞으로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무이자 할부, 스타벅스 할인, 포인트 적립 줄줄이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42.여)씨는 "일시불 능력이 없으면 물건도 사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기업을 쪼아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냐. 소비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드노조는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마저 무시했다"며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철회와 함께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카드노조는 "이해당사자간 민주적·사회적 합의마저 무색하게 만든 반민주적 횡포"라면서 "불공정한 수수료율 개편의 핵심인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는 아예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안이 실현되면 카드사는 약 1조 4천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하는데, 전년도 8개 전업 카드사의 전체 순이익이 1조 2천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모든 카드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금융위는 카드사 마케팅비용을 줄여 감내하라고 하지만 대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을 통제해 비용을 감축하라는 것은 전 국민의 혜택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발상이 되레 소비시장을 위축시켜 가맹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