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는 합선 등에 의한 전기적 사고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울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26일 2차 합동 감식을 벌인 뒤 "방화나 담배꽁초 등에 의한 실화였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현장에서 수거한 환풍기, 잔해물 등에 대한 국과수 감정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화재가 난 곳은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방화라면 분명히 흔적이 남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KT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일 해당 건물에 출입했던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시설관리직원 2명뿐이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합선과 누전 등 전기적 문제로 불이 났을 확률에 무게를 뒀다.
전선의 피복이 노후화나 침입한 동물에 의해 찢긴 상태에서 합선을 일으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는 "피복이 찢어진 전선이 다른 전선과 닿거나 쌓인 먼지를 통해 전류를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먼지는 주변의 수분이나 기름 등을 빨아들이는 성격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아예 전류가 흐르는 도체 역할을 해주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대림대 소방학과 강윤진 교수도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하 통신구에서의 화재는 고의로 불을 내지 않는 이상 대부분 전기적 문제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통신구 내에 설치돼있던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세트 등 '통신선'보다는 지하구 조명 등에서 이어져 있던 '관리선'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의견도 있다.
숭실사이버대 제진주 교수는 "통신선에 흐르는 전류는 아주 약하다"며 "조명엔 실생활에서 보통 사용되는 관리선이 달려 있는데, 상대적으로 센 전류가 흐르는 만큼 여기서 누전이 생기고 불이 났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추정했다.
분전반이나 배수펌프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전기를 공급해주는 분전반에서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지하의 습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배수펌프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용량이 워낙 커서 화재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는 경찰과 소방 등이 감식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 등을 밝혀내면 불탄 통신구를 본격적으로 복구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