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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귀환' 양상문 "롯데에 뼈를 묻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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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만의 귀환' 양상문 "롯데에 뼈를 묻어야죠"

     

    13년 만의 복귀다. 시즌으로 따지면 14년 만에 고향팀을 맡는다. 고교 야구 시절부터 부산의 스타였던 양상문 롯데 감독(57)이 거인 군단을 이끌고 14년 전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한다.

    양 감독은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김창락 사장, 이윤원 단장 등 프런트와 코치진, 선수단이 모인 가운데 공식 취임했다. 지난달 19일 선임 발표 뒤 일본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열린 공식 취임식이었다.

    2005시즌 재계약이 무산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잡은 롯데 지휘봉이다. 2004년 처음 사령탑에 오른 양 감독은 4년 연속 꼴찌였던 롯데를 이듬해 5위까지 올렸다. 여기에 젊은 선수들을 키워낸 지도력까지 재계약이 유력했지만 막판 구단 고위층의 지시로 강병철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이후 양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차분한 목소리와 정확한 분석으로 호평을 받았다. 공부하는 지도자를 그만두지 않았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LG, SK 등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재계약이 무산됐던 롯데도 2군 감독과 투수코치로 부를 정도였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수석코치와 LG 감독과 단장을 역임했다.

    13년 만에 고향팀을 맡게 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양 감독은 "롯데를 떠나게 됐지만 항상 관심을 갖고 경기를 지켜봤다"면서 "물론 다른 팀에 있을 때는 소속팀 경기가 우선이었지만 그 다음 경기는 무조건 롯데였다"고 고향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동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식구들도 이사를 많이 해서 고생했다"면서 "부산 집을 팔아 집값 차이로 서울로 가면 전세를 얻어야 했다"고 그동안의 사정을 말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LG 감독 시절 양 감독이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과 함께 한 모습.(사진=삼성)

     

    사실 롯데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해 LG 단장을 맡아 리빌딩을 이끌어왔다. 물론 베테랑을 정리하고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기조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10년 이상 강팀이라는 목표를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었다. 채은성이 119타점으로 LG 구단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롯데의 제안에 수구초심의 결단을 내렸다. 양 감독은 "항상 부산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서 "롯데 구단도 쉽지 않았을 텐데 떠났던 내게 다시 기회를 주셔서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가 날 때까지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아 아내가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양 감독은 부산고 시절부터 고향의 스타였다. 고교 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를 1970년대 전국을 주름잡았고,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5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학창 시절 큰 사랑을 받았던 부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양 감독이다.

    10여 년이 지나 다시 잡은 지휘봉. 각오도 대단하다. 13년 전의 아쉬움 때문에 더 그렇다. 양 감독은 "사실 2005년 재계약이 무산됐을 때 소위 잘려서 화가 났다기보다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2년 동안 공을 들여 선수들을 키워서 이제 승부를 보려고 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이대호, 장원준, 강민호 등 젊은 선수들이 막 성장을 마치고 기량이 올라왔던 때였다"면서 "팀 성적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재계약이 무산돼 아쉬웠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결국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부터 가을야구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양 감독의 밭갈이는 비로소 빛을 봤다.

    내년에는 그때 이루지 못한 꿈에 바야흐로 도전한다. 양 감독은 "2004년 부임 당시 롯데는 팀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전력을 갖추고 있어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라고 짚었다. 이어 "타선은 리그 상위권이고, 투수와 포수진을 가다듬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2019년은 현재의 전력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두산을 이끈 포수 양의지(31) 영입설도 나온다. 그러나 양 감독은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보다는 현재 선수들로 시즌을 치를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포수진은 현재 나종덕, 김사훈, 안중열 등 4명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롯데는 그동안 스토브리그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며 선수들을 모았다. 마무리 손승락과 불펜 윤길현, 외야수 민병헌 등이다. 여기에 손아섭을 앉혔고, 2016시즌 뒤 해외 생활을 마친 이대호까지 복귀했다. 우승 전력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강민호가 지난 시즌 뒤 삼성으로 이적해 올해 포수 자리가 약점이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롯데는 지난 시즌 뒤 3년 계약을 맺은 조원우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했다. 이에 양 감독은 "물론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언제나 감독의 목표는 가장 높은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단 내년은 당장 우승보다는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5년 이루지 못했던 고향팀 롯데의 가을야구 꿈. 부산의 스타였던 양 감독은 13년이 지나 다시 꿈에 도전한다. 양 감독은 "현재 리그 추세를 보면 내게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면서 "롯데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5년 가을야구의 꿈과 함께 이뤄지지 않은 양 감독의 재계약도 이뤄질 수 있을까.

    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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