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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연장자 중시하는 중동, 어쩜 그렇게 동양같을까

인권/복지

    체면·연장자 중시하는 중동, 어쩜 그렇게 동양같을까

    [중동, 어디까지 아니?] ④ 중동도 동양이다

    제주까지 진출해 온 예멘 난민, 전세계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자말 카슈끄지 암살. 중동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중동 지역은 예멘과 시리아의 내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 이슬람국가(IS)의 잔존 등으로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큰 변수 중의 하나인 원유 가격 변동의 진앙지이기도 하고 한국 기업의 플랜트 수출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중요성에 비해 아직도 우리는 중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우리가 중동에 관하여 잘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점에 대한 중동 전문가의 연재글을 싣는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예멘 난민 문제
    ② 순니(Sunni)/쉬아(Shia) 갈등
    ③ 석유 자원이 축복인가, 저주인가?
    ④ 중동도 동양이다


    박찬기 전 명지대 교수

     

    우리는 중동, 특히 아랍 지역을 매우 색다르고 이국적인 곳이며 이상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고향으로 생각하거나 상상해 왔다.

    그러나 중동을 영어 표기로는 "Middle East"라 칭하고 우리가 사는 극동을 "Far East"라 부른다.

    이는 대영제국시기 영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East, 서쪽을 West로 정하면서 붙어진 명칭이다.

    영국에서 가까운 동쪽을 근동(Near East), 좀 더 먼 동쪽을 중동,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극동으로 칭하게 되었다. 앞 글자만 없애면 같은 동양이다.

    명칭만 같은 동양이 아니라 생활 방식, 관습, 사회 규범 등이 우리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유사성은 중동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이면 느끼고 볼 수 있다.

    사우디 가족의 소풍 온 풍경 (사진=박찬기 교수)

     

    특히 아랍 국가의 농촌 지역을 방문해 보면 한국의 60~70년대와 같은 풍경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러면 중동은 우리와 무엇이 비슷한가?

    이는 우선 한국과 중동의 가치관을 비교해보면 뚜렷해진다.

    중동 지역은 아직도 대가족 제도이며, 명예를 생명보다도 더 우선시 한다.

    또한 연장자의 영향력이 가장 높으며 외부 세계는 남성 위주의 사회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유지대고 있으며 체면을 매우 중요시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개인은 공동체의 일원이지 개인 자신의 권리나 행동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가치관과 규범을 보면 우리의 조부모 또는 부모 세대의 한국 사회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므로 중동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의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다.

    오만 해변의 청소년들 (사진=박찬기 교수)

     

    서양의 가치관은 어떤가?

    서양은 오래전부터 개인의 중요성이 인정되고, 핵가족 제도이며, 위계질서나 남녀 관계에서 평등 정신이 높다.

    또한 명예보다는 개인적인 성취를 중시하며 체면보다는 현실성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관과는 매우 상반되는 분야가 많다.

     

    한국도 동양권이기에 가치관에서 동양적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비록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 및 세계화의 영향으로 서양권의 가치관으로 상당히 경도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우리는 동양권의 가치관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남성이 배우자를 '우리 집사람,' 또는 '우리 마누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내 집사람,' 또는 '내 마누라'라는 'I' 또는 'my' 개념이 약하다.

    젊은 세대는 변화하고 있지만 구세대는 아직도 전통적인 동양권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과도기에 있기에 세대 간의 갈등이 높아가고 있다.

    중동 지역, 특히 이슬람권은 한국과 다르게 전통적인 동양권 가치관이 그대로 살아있다.

    오만 니즈와 도시 (사진=박찬기 교수)

     

    수많은 제국이 거쳐 갔지만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만 뺏어 갔지 그들의 가치관을 변경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늦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정통적인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의 붕괴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화 추세는 중동 지역에도 전파되고 있다.

    세계화는 쉽게 이야기하면 90%가 미국화이고 서구화이다.

    즉 서구의 가치관, 음식 문화, 오락 등이 전파되는 것이다.

    이러한 급속한 서구 문화의 전파가 중동 지역에서는 많은 저항을 받고 있다.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과 문화가 강한 곳에 서구의 가치관이 들어오니 저항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은 세계화의 추세에 본인들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이 붕괴된다는 위기감마저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이 중동 지역은 우리와 같이 동양적인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오만의 시골 (사진=박찬기 교수)

     

    우리는 해방 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미국식 교육제도를 도입했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또한 경제 발전을 하면서 미국과 서양의 영향력을 많이 받아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중동을 서구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우리와 같은 동양의 전통가치관을 공유하는 중동 지역을 매우 이국적이고 낯선 곳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러한 중동 지역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한다.

    ※ 저자인 박찬기 전 명지대 교수는 한국중동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주) 메나코르 대표이사로 재직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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