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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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노동조합과 산업은행의 반발에도 강행하던 법인분리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주주총회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막아선 것인데 한국GM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GM본사는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공장 폐쇄와 인력감축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선다. 한국GM은 "본사 구조조정이 한국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GM이 보여온 '한국 홀대' 등 행보에 정부와 노동계는 긴장하고 있다.
◇ 법인분리 막힌 '한국GM'… 구조조정 나서는 'GM'한국GM이 '경영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추진하던 법인분리가 중단됐다. 그동안 노동조합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조차 반대하던 법인분리를 막아선 것은 법원이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는 26일, 산업은행이 "한국GM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분할계획서 승인 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근거로 '주주총회가 정관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번 법인분리가 보통주 총수의 85%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대상이지만 당시 82.9%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앞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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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19일 진행된 주주총회는 산업은행이 불참한 가운데 GM 측만의 참여로 진행됐다. 당시 노조는 "혼밥, 혼술도 아닌 '혼주총(혼자 여는 주총)'을 열었다"며 비판했다.
전날 법원 판결 직후 한국GM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분리에 법적조치를 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 7월 법인분리를 발표하고 최근 신설법인의 이사회 임원까지 선임한 한국GM과 산업은행의 법적다툼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GM 본사는 사상 최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북미지역 공장 5곳과 해외 2곳의 공장을 폐쇄하고 북미지역에서만 1만 4,000명을 감원한다.
다만 폐쇄 예정인 해외 공장 2곳이 어딘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현재 GM의 해외 생산 시설은 브라질에 세 곳, 한국에 세 곳이 있다. 이외 철수가 이뤄진 인도와 유럽에도 일부 GM 시설이 남아 있지만 완전한 생산시설로 보긴 어렵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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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이 보여 온 '한국 홀대'에 지울 수 없는 불안감한국GM은 일단 "GM의 구조조정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도 그동안 수차례 "GM은 한국에 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구조조정이나 생산시설 축소 등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GM 메리 바라 회장도 최근 "GM은 견고하고 독자생존 가능하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한국GM을 만들 것"이라며 "GM의 희망과 의향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남는 것"이라며 철수설을 일축했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여기에다 그동안 GM이 보여온 '한국 홀대' 행보까지 고려하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신차 배정이 꼽힌다. 한국GM의 연구개발과 디자인 능력은 GM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카젬 사장은 물론 메리 바라 회장도 수차례 능력을 인정했다.
문제는 생산을 안 맡긴다는 점에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GM이 개발한 '볼트 전기차'도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GM은 전기차로 체질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한국GM에는 일부 내연기관차만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도 "연구개발비를 한국GM이 투자해 개발한 차를 미국에서 생산해 역으로 한국이 수입하고 있는 것은 우스운 그림"이라고 비판했다.
카허 카젬(왼쪽부터) 한국지엠 사장, 베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다성 문승 대표가 지난 4월 23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GM)의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 과정을 설명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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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노사합의로 한국GM 창원공장에서 2022년부터 생산하기로 한 GM의 차세대 CUV 모델을 위한 생산설비 설립도 답보 상태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노조는 생산법인과 연구개발법인을 분리하려는 한국GM 법인분리에 대해 "결국 연구개발은 챙기고 생산은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며 반대했다.
다만 한국GM은 "회사 결정엔 변함이 없고 CUV는 창원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며 "한국GM은 CUV를 포함해 신차 3종을 배정받은 만큼 본사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의 법인분리가 막힌 상황에서 GM 본사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관심사다.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최근 GM 핵심 임원을 신설법인으로 보냈지만 법인 설립이 무기한 늦춰지면서 GM도 움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교수는 "GM이 취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방법은 다양하다"며 "법인분리 외에도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은 많고 내년 상반기에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