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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예순두 살 '청년 이웅열'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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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예순두 살 '청년 이웅열'의 아름다운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구성수 칼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코오롱 제공)

     

    시불가실(時不可失)

    28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전격사퇴 선언을 하면서 인용한 사자성어다.

    '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전국시대 초나라 황헐(黃歇)이 진나라 소왕에게 유세하면서 한 말이다. (戰國策 秦策篇)

    지금이 바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이고 이 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바로 이어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납니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전격사퇴 선언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매주 열리는 코오롱 그룹의 임직원 행사에서였고 이 회장도 검정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으로 갑자기 연단에 올랐다.

    하지만 사퇴 선언은 즉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996년 1월 제 나이 마흔에 회장자리에 올랐을 때 딱 20년만 코오롱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이 60이 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고 작정했습니다."

    이 회장의 나이는 이제 62살.

    이 때를 바라보고 지난 20년 동안 준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주위의 말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남이 알지 못하는 고충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동안 그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입을 앙다물었습니다. 이빨이 다 금이 간 듯합니다"라면서 이제는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전격사퇴에는 개인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 그룹의 도약과 변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한 인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 이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 변화상도 주목했다.

    하지만 "우리는 10년 전이나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었다.

    "매년 시무식 때마다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중장기 전략은 실체가 희미합니다.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저 너머까지 꿈을 꾸려 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불현듯 내가 바로 걸림돌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겁니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 퇴임 후 코오롱은 '원앤온리(One & Only) 위원회'라는 이름의 계열사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에게는 장남이 있지만 경영권 승계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장남은 전무로 승진해 패션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재계서열 31위권인 코오롱그룹 총수로서 4세 경영인이다.

    재벌그룹 총수가 경영권 승계도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60대 초반에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은 이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것은 이 회장이 자신을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 이웅열'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까짓거, 행여 마음대로 안되면 어떻습니까. 이젠 망할 권리까지 생겼는데요"라고 말할 수 있는 패기도 가졌다.

    이 회장의 용퇴에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이다.

    이 '아름다운 퇴장'이 경영권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도 승계를 위해 온갖 꼼수와 탈법을 일삼는 다른 재벌그룹들에게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

    예순 두 살 청년 이웅열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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