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동포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동포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만나서 기쁘시죠"라며 반가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비행기로 와도 짧지 않은 거리였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고 두 계절을 건너왔다"며 오는 길이 쉽지 않았음을 호소했다.
하지만 물리적 거리보다 중요한 게 한민족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르헨티나 이민 역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민 1세대는 이 길을 배로 왔다"며 "1965년 8월 17일 부산항을 떠나 같은 해 10월 14일에 꼬박 두 달이 걸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또 "농사지을 호미와 종자, 1인당 500불 정도의 돈만 들고 5만리 길을 건너와 맨손으로 삶을 개척해 왔다"며 "그 눈물과 땀이 다 가늠되지 않는다"고 이민 1세대를 위로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정착 동포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를 돕고 헌신하며 정착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 사회가 대단한 것은 개척정신만이 아니라, 동포 여러분의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도 놀랍다"며 "맨주먹으로 밭을 갈고, 집을 짓던 힘든 시절에도 '혼자 잘살겠다'가 아니라 '우리 동포가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이런 헌신과 희생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조화숙님은 수익을 절반으로 줄여가면서 동포들에게 편물을 가르쳤고, 문명근님은 어렵게 기른 농작물을 동포들에게 절반 가격으로 판매했다"며 이미 사회의 모범적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께서 보여 주신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라며 "포용국가의 비전이 바로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히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천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아르헨티나 교민들의 숨은 노력에도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동포사회와 귀한 인연을 맺었다"며 "교황님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고 있을 때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았고 문한림 주교님과 동포 사회가 다리 역할을 해 줬다. 이 이야기는 교황님께서 제게 직접 해 주신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그 후로 한국의 수녀님들은 20년 넘게 봉사하시며 현지에서 '올해의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특히 빈민촌의 천사 '세실리아 이' 수녀님은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님께서 남북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인 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동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국 정부가 더욱 힘쓰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동포 사회에 또 하나 감탄하는 것은 다른 지역과 달리, 2세, 3세들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사실"이라며 "몸은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조국이 담겨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정부도 여러분의 짐을 나눠지고,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며 "우리 아이들의 우리말 교육을 비롯한 역사·문화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동포간담회에는 '우수아이아' 지역에서 화훼농장 '비베로 꼬레아노'를 통해 성공 신화를 창출한 조옥심씨와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은 문한림 주교, 정부 요직에서 근무하는 차세대 동포 변얼씨 등 각계각층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또 프랑꼬 연방경찰청 차장과 오라시오 호세 가르시아 이민청장 등 아르헨티나 측 친한(親韓) 인사들도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