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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강제' 폐원한다는데 교육청 뒷짐만?… 학부모 '분통'

사회 일반

    유치원 '강제' 폐원한다는데 교육청 뒷짐만?… 학부모 '분통'

    용인 A유치원 '가정사'로 폐원 통보… 뿔난 학부모들
    "폐원 자체를 반대… 문 닫은 다음 대책이 무슨 필요"
    교육청 "폐원 예정 유치원 특감 D-Day는 이달 17일"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 아이들이 폐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납득이 어려운 '가정사' 때문에 폐원을 예고한 경기도 용인의 한 사립유치원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관련기사: 용인 사립유치원 '강제' 폐원 통보… 학부모들 "기막힌 협박" 반대 시위)

    학부모들에게 폐원 통보가 된지 엿새째인 1일 현재 해당 유치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폐원 계획을 일찌감치 인지한 교육청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립 13년차로 185명의 원생을 보유한 A유치원의 갑작스런 폐원 통보에 '유치원 난민'으로 전락할 학부모들은 "탁상행정으로 뒷짐만 진 교육청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 학부모 "대통령도 폐원 막겠다는데 현장 공무원들은 뭐 하나"

    '비리 유치원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립유치원이 소재한 경기지역을 관장하는 경기도교육청은 앞서 유치원 폐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체감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최근 "정당한 사유 없이 원아모집을 중단하거나 폐원 신청 및 불법휴업 등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해당 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날 현재 경지지역 사립유치원 1063곳 중 폐원을 통보한 유치원은 15곳, 내년도 원아 모집계획을 밝히지 않은 유치원은 39곳으로 파악됐다.

    A유치원도 폐원을 통보한 유치원 중 한 곳으로, 원장 일가의 건강악화 등 '가정사'를 폐원의 사유로 내년 2월 28일까지만 운영하겠다고 알렸다.

    학부모들은 '가정사'가 폐원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경기교육청에서 밝힌 특정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학부모들의 주장은 A유치원이 과거 감사를 받은 이력도 없고, 이른바 '비리 유치원 명단'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폐원을 계획한 '진짜 사유'가 무엇인지 특감을 통해 밝혀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 폐원 유치원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경기교육청 제공)

     

    A유치원을 관할하는 용인교육지원청을 향한 비난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용인교육청은 지난달 15일 A유치원측의 직접 방문으로 폐원 계획을 인지했지만, 유치원을 직접 찾아가 사태를 파악한 것은 지난달 26일 단 한 차례였으며 학부모들과의 면담도 27일 뿐이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폐원 문제에 대해 "용인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교육청의 신뢰까지 깨져버렸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5살짜리 딸을 보내는 학부모 이모(37‧여)씨는 "폐원하면 당장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할 지 모르는 워킹맘의 고충을 교육청은 알기나 하냐"며 "우리가 너무 화가 난 것은 교육청이 '폐원 신청서가 안 들어왔으니 기다려봐라'고 한 부분이다. 교육청에서 나몰라라 하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대통령도, 교육부 장관도 유치원의 폐원을 막겠다고 하는데, 현장에 계신 공무원들은 안일하게만 대처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오히려 유치원 편을 들어주고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29일 폐원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이 자리에서 "우리는 폐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지, 폐원을 전제로 교육청이 설명하는 '단계적 폐원'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다"며 "학부모들이 난민도 아니고… 떠밀려 나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경기교육청 "감사 받을 준비기간 필요… 특감 D-Day는 17일"

    교육부 지침에 따라 폐원을 계획한 사립유치원은 재원 학부모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고, 유아 수용·배치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A유치원은 폐원에 동의한 학부모가 10여명 밖에 되지 않아 강제 폐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폐원 통보가 된 이상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특감이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용인교육청은 A유치원 원장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대화의 장을 열어 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측에 폐원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전달했다"며 "지금 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한 채 폐원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학부모들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전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교육청 역시 A유치원을 포함, 폐원을 예고한 곳에 대해 강도 높은 특감을 실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기교육청이 예상한 특감 날짜는 오는 17일쯤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폐원 신청을 한 곳, 신청을 안했어도 학부모들에게 페원 통보를 한 곳, 원아모집 계획이 없는 곳을 우선해 철저한 감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유치원별 감사를 준비할 기간을 고려하면 17일이 디데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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