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교육위 위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은 30일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보장을 위해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를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3일 개정안을 발의한 후 한국당도 자체 법안을 제출하면서 다음달 3일로 예정된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병합 심사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오늘 오후 한국당의 유치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법안소위를 국민들에게 중계방송하자고 제안했는데 여당도 자신 있다면 이에 응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다 알면 좋기 때문에 교육위 간사들이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치원 3법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의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폭로가 도화선이 됐다. 소위 '박용진 3법'이라 불리는 개정안 발의 후 한국당은 회계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여론과 사유재산권 보장을 촉구한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압박 속에서 일종의 절충안을 내놨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간사를 비롯한 당내 교육위원들과 함께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법 개정안 4대 원칙으로 ▲유치원 회계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학부모의 감시권 모니터링 권한의 확대 강화 ▲사립유치원의 정상화를 통한 안정적인 유아교육 환경 유지 ▲출생아수 감소 고려한 유아교육시스템 구축 및 법인유치원 전환 노력 등을 제시했다.
한국당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설치하고,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분리하기로 했다. 사립유치원은 크게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과 지원금, 학부모들이 직접 내는 학부모부담금 등 3가지 재정으로 운영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국가 및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금은 국가지원회계로 분류해 교육청에 보고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내는 학부모부담금 등은 일반회계로 구분해 학부모운영위원회의 감시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현재 국가에서 유치원에 지급하고 있는 바우처 형태의 '학부모 지원금'은 국가지원회계로 포함된다.
또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는 모두 유치원교육정보시스템(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했고, 사립유치원의 법 위반사실을 공표하는 조항도 신설키로 했다. 사립유치원이 법률과 시행령 등에 의해 중대한 위반사실이 발생할 경우, 인터넷홈페이지 상에 공개해 학부모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립유치원의 재원생이 300명 이상일 경우,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문제는 한국당의 개정안은 '학부모 지원금'을 국가보조금으로 전환하자는 '박용진 3법'과 달리 현재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사립유치원의 재정 운영상 비리가 적발돼도 '횡령죄'로 처벌이 힘들다. 보조금은 국가가 규정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지원금은 정해진 용도가 없기 때문이다.
보완책으로 한국당은 '학부모 지원금'의 교육목적 사용 조항을 개정안에 추가하고, 유아교육법상 '벌칙' 항목도 현행 34조에 새로 추가해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회계로 분류되는 학부모 부담금 지출에선 비리가 발생할 경우 여전히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통화에서 "학부모 부담금을 사립유치원들이 부당하게 썼을 경우 돈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하면 된다"며 "학부모 부담금은 국가가 유치원들에 지급한 돈이 아닌데 이를 처벌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에서 신설된 19조 5항 내용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유치원은 시스템 구축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부분도 영세 유치원에 대한 예외 조항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 의원은 "예를 들어 재원생이 20~40명 정도에 불과한 사립유치원들은 굳이 회계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규모가 작은 곳은 굳이 시스템이 아니어도 돈을 어디에 썼는지 쉽게 알 수 있기에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유총 등에서 사유재산권 보장을 근거로 요구했던 '시설사용료' 부분은 여론의 압박 등으로 법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인 토지, 건물 등 시설을 공공업무에 사용하는 대가로 국가가 비용을 보상하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