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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진 "여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내용, 다양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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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진 "여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내용, 다양해졌으면"

    [노컷 인터뷰] '나도 엄마야' 최경신 역 우희진 ②

    지난달 27일, 배우 우희진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희진은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31년이 됐다. 1987년 '조선왕조 오백년'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느낌'에서 남주인공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청순가련한 여주인공 김유리 역을 맡아 청춘스타로 급부상했다.

    청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짤막한 드라마 '한뼘드라마'와 '드라마스페셜', 일일시트콤 '압구정 종갓집', 일일드라마 '맨발의 청춘', '사랑해도 괜찮아',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열애', 미니시리즈 '힐러', 달의 연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왔다. '인어 아가씨'와 '왔다! 장보리' 등 흔히 막장이라고 불리는 작품도 그의 필모그래피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우희진은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더 다양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자신에게도 오기를 기다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가 30년 넘게 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배우 우희진을 만났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6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연기'라는 선택을 하겠냐는 질문에 "다시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 그의 꿈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쭉 연기하는 것이다.

    (노컷 인터뷰 ① 우희진은 '나도 엄마야' 대본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문일답 이어서.

    ▶ SBS '나도 엄마야'는 124부작이었다. 거기다 악역을 맡아서 감정 소모가 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보약 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홍삼을 먹었다. 제가 약간, 잠을 살짝 못 잔 상태에서 막 집중할 때 그걸 즐긴다. 일할 때 예민한 편이 아니고. 대신 점심시간에 바닥만 있으면 잤다. 야외 촬영하다가도 의자에 대(大)자로 누워서 자고, 분장실에서도 짬만 나면 무조건 잤다. 힘들 때도 잠깐 자고 일어나면 집중이 잘 되고, 그게 너무 재밌고 좋더라. 즐기면서 하는 편이다.

    ▶ 평소에 대본을 빨리 외우는 편인가.

    빨리 외운다기보다, 그냥 좀… NG에 대한 부담을 털어냈다. 마음이 좀 편해졌다. 너무 NG 안 내려고 하지 말자, 대사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감정에 집중하게 됐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 '언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대사를 외우냐'고. 노하우가 없다. (웃음) 촬영 없는 날, 집에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빼고는 대본만 본다. 고3 때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웃음) 시험공부 하면 잘 안 읽혔는데 대본은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그게 익숙하다. 촬영 없을 때 꼼짝 안 하고 대본 보는 게 익숙하다.

    대본 보면서 분석할 땐 힘든데 몰입해서 탁 찍어버리니까 촬영할 땐 덜 힘들었다. (캐릭터) 준비하는 그때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대사량이 많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먹고 화장실 가는 거 빼고 집에 하루종일 앉아서 봤다.

    대본량 많을 때 어떻게 스트레스 풀었냐면 수영장에 갔다. 드라마 촬영 중에 4번이나 갔다. 일주일에 쉬는 날이 하루 이틀이었는데 제대로 완벽하게 쉬는 날은 하루였다. 작가님이 대본을 미리, 안 밀리고 주셨다. 대본을 비닐 파일 같은 데 끼워서 수영장에 갔다. 올여름 최고 더울 때 가서 대본 봤다. 물에 발만 담그고 대본만 본 적도 있다. 대본만 보고 있더라도 사람이 좀 환기해야 하지 않나. 멀리 못 가니까 수영장에 갔다.

    ▶ 이번에 엄마 역을 하면서 아역과 촬영을 하게 됐다. 본인도 아역 출신이라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 촬영 환경이 나아졌는지 궁금하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촬영 현장 자체가 나아진 건 맞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최고 기록은 해 뜨고 아침 11시까지 찍었던 거였다. 그나마 연기자들은 자기 순서 돼서 오는데 스태프들은 그러지 못하니… 거기에 비하면 덜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먼저 찍어주고 보내야 하는데 그게 조금 어렵다. 미리 재우고 이런 배려는 해 준다. 저희 현장은 야외나 스튜디오나 스태프들이 전부 다 아이 위주로 (촬영)했다.

    우희진과 아들 태웅 역을 맡은 아역 연기자 주상혁 (사진='나도 엄마야' 캡처)

     

    ▶ 이전 인터뷰에서 3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오래 쉰 적이 있었는지 몰랐다.

    '인생은 아름다워' 하기 전에 '세 남자'를 했다. 그 전에 3년 정도 쉰 거다. '세 남자'에서 상면의 아내 역을 했는데 쉬고 나서 하니까 너무 연기가 하고 싶었다. 장르를 떠나서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을 때였다. 캐릭터도 평범하지 않고 되게 센 여자였고, 시트콤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그건 시청률이 안 나온 게 조금 아쉽다.

    ▶ 공백기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공백기가 두렵지 않다는 말도 했다.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 잘 버티면 되지 하고 결심이 선 거다. 그렇다고 해서 몇 년을 쉬고 그럴 건 아니다. 예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3년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되게 일을 많이 했고, 쉬는 걸 힘들어한다는 걸 알았는데 언젠가 완전히 무너지더라. 저는 가족들이랑 신앙으로 극복했다. 그 시간 지나고 나니까 '그때도 버텨냈으니까 잘 버티면 되지' 하는 한 번 가 본 자의 결심이랄까. (웃음) 전전긍긍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 '나도 엄마야'에서 워낙 강렬한 악역을 해서 앞으로 악역이 많이 들어올까 봐 걱정되진 않나.

    악역 많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니까 감독님이 '그럼 악역 전문 배우가 되면 되지 않냐'고 하셨다. (웃음) 악역 캐릭터를 안 한다는 게 아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 '미생' 등장인물들처럼 정제되지 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아까 인터뷰에선 얘기 못 했는데 '나의 아저씨'도 너무 좋았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진 본질적인 외로움을 다뤘다. 일상생활에 있을 법한, 아저씨들이 나오지 않나. 다 평범한 아저씨들 같지만 각자에게 들어가 보면 깊은 자기만의 고독함이 있다. 그걸 일상생활에 녹여내는 것? 밝은 것도 좋고 밝음과 슬픔과 고단함이 어우러져 있는 것들? 마냥 어둡기만 한 게 아닌 그런 걸 하고 싶다. 드라마에선 (캐릭터들이) 만들어져 있지 않나. 근데 밝고 착한 사람들만 있지는 않다.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밝은 것 같지만 어려움이 있고… 그걸 복합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작품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아저씨'가 재밌었던 게 어리지만 너무나 어린 나이에 짐을 많이 짊어진 사람과,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위태로운 사람이 같이 나왔다는 거다. 어둡고 깊은 내용이었지만 꼭 어두운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어우러져 나오더라. 가족이란 거로 포장돼서 나오지도 않고. 포장지를 벗겨낸 그런 걸 한번 해 보고 싶은데 그런 작품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예쁘고 이런 게 아니라, 제 연령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예전보다는 여성 캐릭터가 더 다채로워졌다고 느끼는지.

    예전에는 '여자는 청순하고 예쁘고' 이래야 했다. 그 뒤엔 일하는 여자, 아줌마 이랬는데 지금은 저희 선배들이 앞에서 잘 닦아주고 계시니까… 여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장르나 내용이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요즘은 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 넓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점은 되게 좋다.

    배우 우희진 (사진=황진환 기자)

     

    ▶ '미생', '나의 아저씨' 등 드라마 이야기를 했는데 평소에도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혹시 보려고 마음먹은 작품이 있나.

    못 본 걸 몰아서 보려고 한다. 트렌드라는 게 있고, 연기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걸 좀 보려고 한다. (어떤 스타일에) 끌려간다기보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해야 하니까, 그런 것도 좀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SKY 캐슬'이 여자들이 주도해 나오는 얘기라고 하니까 보려고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도 아주 재밌다고 해서 뭐가 매력인지 한 번 보려고 한다. 김선아 씨 나오는 것('붉은 달 푸른 해')도 챙겨볼 생각이다. 다른 분들이 하는 것도 봐야 하니까.

    ▶ 연기 시작한 게 초등학교 5~6학년 때라고 알고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연기를 할 것인가.

    지금은 다시 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다. 당시엔 '한번 해 볼래?' 해서 시작한 거였고 학교에 다니듯이 당연히 내가 하는 것의 일부로 생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감사하다.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너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글쎄, 뭐라고 해야 할까. 배우라는 직업은 굉장히 자유로운 직업이면서 구속을 많이 받는다. 자기 혼자만 해서 내놓는 거도 아니고. 박근형 선생님이 드라마는 앙상블이라고 하셨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화음을 맞추고, 타협해야 한다고. 동시에 남들에게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

    ▶ 배우가 자유로우면서 구속받는 직업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는 위치인데 이제 그 점에 익숙해졌나.

    솔직히 아직도 부담스럽다. 다만 그냥 제가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본다. 이 직업을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요즘은 어느 부분은 존중해 주지 않나. 늘 착해야 한다? 이런 건 싫다. 방종하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잘못했을 때 욕먹을 각오는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야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 30년 넘게 연기를 해 왔는데 꾸준히 연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있나.

    성취감? 사실 이게 비슷한 것 같지만 매번 다르다. 어려운 장면 있는 대본 딱 받아봤을 때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겠다가도, 그런 걸 소화해 냈을 때, 까다로운 주변 상황에서도 제가 그걸 잘 해냈을 때 성취감이 있는 것 같다. 김수현 선생님 작품('인생은 아름다워') 할 때 성취감이 있었다. 어렵지만 해내고 나니 보람이 있더라. 계속 의견을 조율하면서 했다. 무슨 상을 받고 그래서가 아니라, 제가 한 작품에서 어떤 감정을 표현해냈을 때 카타르시스가 있다.

    ▶ 답변에서 일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일 말고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뭐 하나를 오래 하는 성격은 아니다. 수영도 한 2년 했다. 오래 꾸준히는 못 한다. 가끔 무게를 드는 운동을 해 본다든지. 근데 잘하지 못한다는 게 포인트다. (직업이) 평가받아야 하니까 (뭐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잘하려고 결과물을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방면에 관심이 있어서 연기할 때 자세는 다 잡을 수 있다. 결국 대역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웃음)

    우희진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쭉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이번 작품 끝나고 쉴 땐 무엇을 할 계획인가.

    뭘 하나 배워볼까, 하고 있는데 일단 여행 갔다 오려고 한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간다. 여유가 되면 국내에서 안 가 봤던 데도 가보고 싶다. 친구와 계획 짜고 있다.

    ▶ 2018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낸 것 같은지.

    그동안은 한 드라마를 하고 1년이 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번엔 1년 동안 드라마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는 얘기겠지. '나도 엄마야'랑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음, 알차게, 정신없이. (웃음) 꽉 채워서! 나도 모르게 후딱 가 버렸다.

    ▶ 언제까지 연기를 하고 싶나.

    병들어서 못하기 전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나이로는) 할머니가 되어도 '누구 할머니'만 하고 싶지는 싶다. 여배우들이 나이 들면 하는 역할이 점점 줄어들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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