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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언젠가는 악역 한 번 하고 죽어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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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태현 "언젠가는 악역 한 번 하고 죽어야지 생각한다"

    [노컷 인터뷰] '최고의 이혼' 조석무 역 차태현 ①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 역을 맡은 차태현 (사진='최고의 이혼' 제공)

     

    차태현은 연령대 구분 없이 호감 이미지가 강한 배우 중 하나다.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도 '극적'이기보다는 일상에서 옮겨온 것 같은 평범함을 깔고 그 안에서 변주한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작품 안 캐릭터가 아니라, 왠지 어딘가에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 차태현의 장기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KBS2 '최고의 이혼'에서 그가 연기한 조석무도 마찬가지다. 사람 많은 곳이나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싫어하고, 깔끔한 것과 자기가 쌓은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는 것을 즐기는 예민한 남자 조석무. 아내 강휘루(배두나 분)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르다는 걸, 결혼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조석무는 한 번 주의를 주거나 지적했던 것을 반복하는 걸 싫어해서, 자주 잊고 덜렁대는 휘루와 숱하게 싸웠다. 그렇게 못된 사람 같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30대 남성에 가까웠는데도, 말과 행동으로 휘루를 '미쳐버리게' 해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석무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결혼 전 동거 생활도, 막상 당사자였던 진유영(이엘 분)은 "너랑 살 때 행복한 적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뭘 모르는 '공감 부족형' 인간이었다.

    20년 넘게 해 온 여러 작품과,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예능 등에서 만난 차태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누구와 있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재미있게 말할 줄 알며 본인 또한 잘 웃는 차태현은 '최고의 이혼'에서는 볼 수 없었다.

    드라마 종영 3일 후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차태현을 만났다. 파란색 니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인터뷰하게 된 계기를 짧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냈다.

    ◇ 그동안 자주 하지 않던 드라마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차태현이지만, 막상 드라마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 적은 드물었다. '최고의 이혼'으로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의외라고 여기는 분위기였던 이유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들 드라마 끝나면 하고, 기사도 많이 나오길래' 했다는 것이다.

    '최고의 이혼'이 특별히 가슴에 남은 작품이어서 인터뷰 결심을 했냐는 질문에 차태현은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오해가 있다. 그럼 (전에 했던) 다른 드라마가 이상해지니까…"라고 답했다. 한술 더 떠 인터뷰를 해도 되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인지 되묻는 바람에 취재진 사이에서 별안간 폭소가 터졌다.

    사실 '최고의 이혼' 시청률은 주연 배우인 차태현에게 큰 걱정거리였다. 3.2%(이하 모두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였던 첫 방송 시청률이 나오고 나서 배두나에게 "두나야, 우린 이제 끝인가 봐. 안 되나 봐"고 했단다. 꽤 주눅 들었다고 덧붙였다. 중반인 13회에서는 1.9%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는 3~4%를 유지했고 마지막 회는 4.4%로 가장 높았지만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예능을 하게 되면서 시청률을 날마다 확인하게 됐다는 그는 이번에도 열심히 시청률을 봤다. 그런데 종영 주였던 지난 26일, 27일에는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집계 시스템도 멈춘 까닭이다. 차태현은 오히려 그때 좀 더 마음이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당연히 (시청률은) 아쉽다. 제가 얘기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중간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일본 원작과) 정서적으로도 다르고, 두나라면 몰라도 내가 뭐 (박)서준이나 이런 핫한 사람도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차태현은 '최고의 이혼'으로 오랜만에 드라마 인터뷰를 했다. (사진=KBS 제공)

     

    "(드라마 시작 때) 마치 내가 KBS를 짊어지는 것처럼 인터뷰를 몰아가서 '그 정도는 아닌데 왜 그러지' 생각했죠. (웃음) 제가 대본 봤을 때 느낌은 굉장히 공감해서 많이 보시든가 아예 안 보든가였어요. 어쩜 그렇게 중간이 없는지. (웃음) 많이 보진 않았는데 본 사람들은 격하게 공감하신 것 같더라고요. 댓글을 봐도, 여태 제가 했던 작품에서 '인생 드라마'라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게시판에 '인생 드라마'라는 말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은 처음이에요. 혹시 한 사람이 많이 썼는지 모르겠지만. (웃음) 그래서 그 생각을 했어요. '아, 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재밌게 봤나 보다' 하고요."

    차태현은 "시청률 때문에 제가 걱정하는 건 딱 하나다. 드라마, 영화, 예능도 다 본전이 목표다. 돈으로 망하지 않는 것. 제작비가 오버되어서 망하는 건 원치 않는다. 알고 봤더니 ('최고의 이혼'은) 절대 망하지 않았더라. 끝나기 2주 전에 알았다"고 말했다. 구매력이 높은 시청층 덕분에 광고가 많이 붙었다고 들었다고. 차태현은 "그럼 미리 얘기를 하지, 난 몰랐지"라는 말로 또 한 번 취재진을 빵 터지게 했다.

    ◇ 차태현이 본 조석무 "이렇게까지 이상한 애였어요?"

    차태현은 드라마 시작 전 한 인터뷰에서 조석무 역을 고른 이유로, 그동안 자기가 맡았던 캐릭터와 조금 달랐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 지속해서 상처를 주고, 신경질과 짜증을 부리는 역할. 차태현은 아마 다른 배우가 했으면 조석무 캐릭터가 좀 더 세게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그는 "다분히 욕먹을 수 있는 역할이긴 하지 않나. 4회 대본인가 보고서 '아, 이건 큰일 나겠는데요? 했다. 애가 막 이상하더라고. '야, 이거 세네. 이렇게까지 이상한 애였어요?' 했다"면서 웃었다.

    차태현은 "제 성격이 좋고 싫은 게 크지 않다. 되게 무디다. 예능에서 웃는 게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데, 단지 웃음이 많을 뿐이다. 막 적극적이거나 이런 성격이 아니다. 예능 하고 나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뭐 이렇게 안 웃냐고. 하루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안 웃는다고 인사성 없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그래도 석무는 좀 너무 갔다"고 설명했다.

    본래 성격과 맞지 않는데도 한 이유를 묻자 "연기니까 다 공감되는 역할만 할 순 없지 않으냐"는 현답이 돌아왔다. 차태현은 "석무 캐릭터는 그래도, 전체적인 캐릭터들이나 보이는 메시지는 공감 가는 게 있었다"며 "남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저한테는 나름대로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해 오지 않았던 거니까. 그렇다고 너무 변신한 역할은 아니지만"이라고 부연했다.

    차태현은 '최고의 이혼'에서 배두나, 이엘, 손석구와 호흡을 맞췄다. 배두나는 이혼한 아내로, 이엘은 결혼 전 동거했던 과거 연인으로, 손석구는 구여친의 현재 남편으로 만났다. (사진='최고의 이혼' 제공)

     

    가장 이해되지 않는 점은 석무와 휘루가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었다. 차태현은 "싸우고 다 화해했는데 또 계속 싸우지 않나. 또 같은 말 하고. 드라마니까 심하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제가 뱉은 말이 누군가한테 상처가 된다는 걸 분명히 알 텐데 그 정도로 말을 하니… 특히 석무가 싸우면서 하는 것들이, 저는 그렇게 안 해 봐서 그런지 괜히 싸우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또 저 정도면 애(휘루)가 알아야 하는데 싶기도 했다"고 전했다.

    본인이 가진 '사람 좋은'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가 '얄미운 조석무'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냐는 질문에 차태현은 이내 "거기까진 생각 못 했다"고 답했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변신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악역에 대해서는 생각 많이 해요. 이미지 때문에 못 하겠다, 이런 생각은 안 해요. 저한테 들어온 악역이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못 하고 있긴 하지만 맞는 역할이 들어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죠. 배우로서의 평생 숙제일 수도 있고요. 언젠가는 한 번 하고 죽어야 하는데… 악역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요. 근데 이미지 때문에 걱정하는 부분은 없어요. 제작진이나 감독님이 걱정하는 게 더 많았죠. 저한테 들어왔던 게 그런 것(악역)이 별로 없었어요. 선하게 생겼는데 알고 봤더니 범인이네, 하는 것? (웃음) 저한테 완성된 것(악역)은 오지 않은 것 같아요. 어디서 느꼈냐면, 저한테 (악역으로) 들어왔던 작품들은 영화화가 된 적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안 나온 거죠. (웃음) 제가 본 게 별로 좋은 작품이 아니었나 봐요. (웃음)"

    ◇ '최고의 이혼'이 준 깨달음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당신 필요 없어. 후련해"라고 하는 휘루의 말로, 첫 회부터 이혼하고 시작한 '최고의 이혼'. 석무-휘루와 유영-장현(손석구 분) 커플을 통해 결혼해서 부부가 되었다고, 같이 산다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휘루는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결혼을 해서도 잘 사는 것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휘루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 몰라도 되는 것"이 이혼 사유라고 들었던 석무도 "남을 사랑하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는데 함께 산다는 건 날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라고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한다.

    끝도 잔잔하고 담백했다. 휘루와 석무가 180도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휘루는 여전히 파란 건 걸레, 흰 건 행주라는 걸 헷갈렸고, 석무는 1절만 하는 미덕을 잊고 한참 연설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라진 건 분명히 있었다. 계속 싸우더라도 화해할 거라는 것,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걸 확인한 것.

    마지막 회 때 석무가 휘루에게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았다. 의외로 답은 싱거웠다. '결혼할래?'와 같은 밋밋한 대사여서 아예 목소리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거다. 차태현은 "그걸 그렇게 궁금해하실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차태현은 '최고의 이혼'에 관해 "가족을 얘기하면서도 가족을 좋게만 그리지는 않았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나만 그런가? 입 밖으로 잘 안 낸 걸 여기는 막 쿨하게 얘기하는 걸 보고,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차태현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결혼으로 출발하는 다양한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는데, 기존의 가치관이 달라진 게 있냐고 물으니 예상하지 못한 답이 나왔다.

    "'신과함께' 보고 나서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들 많이 했다고 하잖아요. (웃음) 저는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결혼은 대충 여기가 바닥이구나 하는 게 보인다면, 이혼은 바닥이 안 보인다'는 대사를 보고 '아,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 이혼하고 나서 가족한테 보고하는 장면도 있는데, 난 결혼이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라는 생각을 옛날부터 했어요. 얘기도 많이 들었고. 거기('최고의 이혼')는 그런 얘기들을 다루잖아요. 어느 부분은 제가 겪은 것도 있어요."

    '1박 2일'로만 6년을 보냈고, '프로듀사', '최고의 한방',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맨스', '거기가 어딘데??'까지 연달아 KBS 프로그램을 해서 의리로 '최고의 이혼'을 택한 거냐는 농반진반의 질문에는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최고의 이혼'이 편성되기도 전에 고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저도 다른 곳에서 할 줄 알았어요. (이 작품이) KBS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일동 웃음) 아, 나도 딴 데서 해 보나 했죠. 되게 희한한 게 제가 종편 (작품) 한 번도 못 해 봤고, 영화도 CJ를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너무 희한한 일이기도 하죠. 비주류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신인 감독님들하고 일을 많이 하게 되고, '엽기적인 그녀'도 오랜만에 재개하는 감독님 작품이어서 감독님들 사이에선 약간 그런 이미지가 있나 봐요. 신인 감독, 재기하는 감독과 하는. (웃음)" <계속>

    (노컷 인터뷰 ② 차태현, 드라마 현장 '근로시간 단축'에 "화났다"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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