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세요! 천천히 타세요!"
3일 오전 8시 15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 여의도 방향 급행열차가 진입했다. 객실 내부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상태였다.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승강장 벽까지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 바로 앞에 탄 승객이 원망 섞인 눈길을 보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꾸역꾸역 탔는데도 승강장에는 아직 절반의 승객이 남았다. 염창역 직원은 연신 "다음 열차를 이용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는 사이 계단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려왔다. 승강장은 다시 구름 같은 인파로 가득 찼다.
9호선 3단계 구간 개통 이후 첫 월요일인 이날, 국내 최고의 지하철 혼잡도로 악명 높은 9호선 강서→강남 구간은 '지옥철'이란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붐볐다. 9호선 3단계 구간은 삼전에서부터 중앙보훈병원까지 이르는 송파·강동구 소재 8개 역이다. 토요일인 1일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역이 추가됐음에도 급행·완행 열차의 하루 운행 횟수는 같다. 이 때문에 기존 열차는 출근시간대 배차 간격이 40초∼1분 30초 늘어난 상태다.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극심한 혼잡이 우려됐다.
실제로 열차 내부는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뒷사람이 미는 힘으로 겨우 몸을 구겨 넣자 밀집한 군중이 뿜어내는 열기에 숨이 턱 막혔다. 다른 승객에게 빽빽이 둘러싸이며 한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열차가 덜컹거리자 앞뒤 좌우에서 강한 압력이 몸으로 전해져왔다. 어디선가는 '윽'하는 탄식이 들렸다. 비 소식에 우산을 든 승객이 많아 불쾌감은 한층 더했다.
당산에서 탑승해 고속터미널역에서 내린 회사원 정 모(33) 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오늘이 월요일인 데다 노선 연장까지 겹치며 정말 '죽을 뻔' 했다"고 말했다. 선릉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권 모(37) 씨는 "원래 운이 나쁘면 지하철 2대도 그냥 보내야 할 때가 있다"며 "평소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평소에도 사람이 워낙 많아 티가 나려나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새로 개통된 강동→강남 구간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오전 8시 4분 종점인 중앙보훈병원역에서 출발한 급행열차는 한 정거장 만에 자리가 다 찼지만, 신논현역에 이르기 전까지는 서서 독서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객실은 고속터미널역에 와서야 '만차'가 됐다.
올림픽공원역에서 탑승해 신논현역에서 하차한 직장인 김선애(28) 씨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며 "9호선이 생기면서 20분 정도는 더 집에서 늦게 나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성백제역에서 만난 김창우(77) 씨도 "평소 다니는 한증막에 가려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는데 훨씬 깨끗하고 빠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