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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법칙' 반복에 이재명 지사 "농사를 지으려면 햇빛에 얼굴이 타야"

사회 일반

    '머피의법칙' 반복에 이재명 지사 "농사를 지으려면 햇빛에 얼굴이 타야"

    이 지사 "물에 안젖고 어떻게 고기를 잡나"
    핵심 도정 발표 때 마다 터지는 '돌발악재'에 경기도 공무원들 '허탈'
    태풍으로 취소된 취임식 서막으로 호재·악재 잇따라 겹쳐
    공무원들 "수사기관서 도정 들여다 보고 있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후부터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머피의 법칙' 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는, 최근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저녁 자리나 사석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말이다.

    '머피의 법칙'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꼬여만 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특히, 우연히 나쁜 방향으로만 일이 전개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지사가 '머피의 법칙'에 빗대 거론되는 것은 다름 아닌 좋은 일(내세울만한 도정)과 나쁜 일이 겹치는 우연의 일치가 반복돼 좋은일이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머피의 법칙'의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경기도정의 몇가지 사항만 살펴봐도 '머피의 법칙' 이란 용어가 풍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 7월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식을 취소하고, 경기도청 신관1층 재난상황실에서 취임선서로 취임식을 대신했다.(사진=자료사진)

     

    ◇ 태풍으로 취소된 취임식이 서막·· '조폭연루설' 등에 핵심 도정 묻혀

    '머피의 법칙'의 서막(序幕)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6년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바뀐 경기도의 7월 2일 경기도지사 취임식은 특별하게 준비됐다.

    경기 북부 균형발전 의미를 담아 최초로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취임식을 여는데다 '취임식' 이란 용어 대신 주권자 입장에서 당선자를 임명한다는 의미를 부여, '임명식'으로 명칭도 바꾸는 등 심혈을 기울인 취임식 플랜은 어느 광역단체장 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잘 짜여진 각본을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태풍 '쁘라삐룬' 북상으로 취임식은 전격 취소됐고, 특별한 취임식을 기대한 도민들에게 이 지사는 "송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1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취임선서로 취임식을 대신해야 했다. 취임식 후 안전한 경기도를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416 세월호 기억교실' 방문 일정 역시 없었던 일이 됐다.

    7월 11일에는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분당보건소, 성남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시자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이 여파는 이틀 후 경기도를 방문하는 청와대 한병도 수석의 방문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 압수수색 직후 정치권, 도청 안팎에서 한 수석의 방문 목적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각종 소문이 무성 해던 것.

    한 수석 일행의 도청 방문은 이 지사의 광역단체장 취임 후 청와대 측과 사실상 처음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부여 됐었으나, 언론보도는 압수수색에 더 집중됐다.

    같은 달 20일에는 이 지사 취임 후 첫 경기도청 고위직 29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남경필 장학생으로 불리우던 인사를 기회조정실장으로, '전산직' 출신의 여성 과장을 자치행정국장으로 승진 시킨 인사는 탕평, 파격, 반전 등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권력과 조폭'편에서 이 지사와 조폭이 연루된 의혹이 방영되면서 메가톤급의 파장이 일었다.

    취임 후 첫 단행한 고위급 인사는 물론 3일 후인 24일 진행된 인수위 종합보고회, 이 지사와 31개 시장·군수와 최초 상설 정책협의체 구성 합의 발표 등 핵심 도정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한달여 동안 이 지사의 도정철학에 맞춰 5대 목표, 16개 전략, 54대 중점과제 등에 대해 이 지사에게 보고하는 인수위의 종합보고회는 묻혔고, 무상복지 정책 등의 시행에 있어 시군과의 갈등해결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상설 정책협의체 합의도 관심에서 밀려났던 것.

    '조폭연루설' 여파가 한참 진행형이던 27일 경찰이 또 다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자, 이 지사가 취임 초기 추진·발표한 도정 대부분은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지사는 결국 '조폭연루설'에 대해 "수사에 응할 것이고 유착, 이권개입이 있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 이라며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도정 보다 사태를 진전시키는데 전력해야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황진환기자)

     

    ◇잇따른 압수수색으로 굵직한 도정 빛바래·북한 특수도 '혜경궁김씨' 발표로 사장

    10월 7일에는 옥류관 유치, 국제학술대회 북측 고위급 파견 등 경기도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성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가 예정돼 있었으나, 당초 계획과 달리 이 지사가 아닌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발표를 대신했다.

    경기도는 발표자가 바뀐 이유에 대해 '해당 업무를 주관한 부지사가 발표를 하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해명을 내놨으나, 배우 김부선씨와 공지영 작가가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 '점'을 언급한 통화 녹음 파일이 유출된 후 이 지사의 첫 공개 행사였다는 점 때문에 이 지사가 발표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말들이 무성했다.

    3일 후인 10월 10일 예정됐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사실상 기자실 방문으로 축소·진행된 것에 대해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점' 의혹이 불거진 탓이란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같은달 12일 의료계와 마찰로 관심이 집중됐던 '수술실 CCTV설치·운영 방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도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로 빛이 바랬다.

    경찰이 이날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이른 아침부터 이 지사의 자택과 성남시청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10월 25일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경기도를 방문, 이 지사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을 받았으나 이 역시 '만남' 자체 보다 '방문 배경' 등에 관심이 쏠리며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 지사가 경찰 소환을 4일 앞둔 시점에 경찰 소관부처의 장과 만나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것이 질타의 골자로,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장관의 해임이 청원되기도 했다.

    11월에도 '머피의 법칙'은 이 지사를 놔주지 않았다.

    이 지사에게 집중된 수사 프레임이 다소 희석될 수 있는 출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14~17일 북한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의 방문건에 따른 특수 역시 돌발 사태로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다.

    당시 이화영 부지사 등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중 북측 방문이 처음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어느때보다 행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요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탓에 경기도는 북측이 돌아가는 17일에 3일간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이른 아침 이른바 '혜경궁김씨'의 트위터 계정주가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이며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는 경찰발 보도가 뉴스를 도배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이 지사의 방북일정 및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을 논의한 결과물에 대한 성과 발표도 제대로 못한채 사실상 사장(死藏) 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11월 24일에도 '머피의 법칙'은 적용됐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24시간 운영하는 '닥터헬기'를 도입·운영키로 하고 이국종 교수와 관련 협약을 맺는 행사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이날, 검찰은 도청과 이 지사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많은 시간 이날 행사를 준비했던 공무원들은 허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11월 확대간부 회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제공)

     

    이뿐 아니라 공무원들은 주말에 대해서도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폭연루설' 방영이 토요일이었고, 경찰이 문제의 트위터 계정주를 김혜경씨로 지목한 날도 일요일이었다. 이에따라 이 지사 참모들과 도청 언론대응 공무원 등은 휴일 없는 비상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 '비일비재' 했다.

    도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도정의 핵심 홍보 및 지사의 주요 일정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형사건이 터져 모두 묻힌다. 수사기관에서 도정을 들여다 보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정말 심혈을 기울인 도정을 도민들에게 알리려 하면 거짓말 처럼 악재가 닥친다. 지칠 정도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은 허탈함을 느낀다"며 "'머피의 법칙'이 '샐리의 법칙'(우연히 유리한 일만 계속 생기고, 나쁜 일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으로 바뀌길 희망해 본다"고 전했다.

    이 지사 혐의에 대한 기소여부 발표가 있을 예정인 12월, 경기도는 돌발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12월 첫날, 주말임에도 이 지사의 형님 강제입원 혐의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배포하는 등 여론악화를 막기위해 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후부터 '머피의 법칙'과 사투를 벌여왔던 이 지사는 최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햇빛에 얼굴이 타야한다. 물에 안 젖고 어떻게 고기를 잡을 수 있겠는가" 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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