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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사면說' 맞물린 이명박·박근혜 석방論…친박계는 발끈

국회/정당

    '朴 사면說' 맞물린 이명박·박근혜 석방論…친박계는 발끈

    김무성 先 제안, 親朴 "후안무치한 배신의 정치"
    '태극기' 노리는 金…"재판도 안 끝났는데 김칫국"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비박계가 구속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한 뒤 재판받게 하자는 취지의 결의안 추진을 제안했다.

    언뜻 친박계가 환영할만한 주장이지만, 오히려 반발이 커지고 있다. 비박계 및 복당파의 좌장 격인 김무성(6선) 의원이 사석에서 제안하자, '친박 맏형' 서청원(8선) 의원은 4일 "후안무치(厚顔無恥)와 배신의 정치"라며 일축해 버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 의원의 노림수를 친박계가 읽었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김 의원이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부터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통합의 중심에 서려 한다는 '계산'을 지적하면서 당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 탄핵 갈등, 봉합하자는 非朴 VS 親朴 "사과부터 해라"

    김 의원은 지난 29일 같은 계파인 권성동 의원과 함께 친박계 윤상현‧홍문종 의원을 만났다. 뉴라이트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주재한 자리로 조갑제‧정규재 등 '태극기' 성향의 논객들이 중재를 맡았다. 보수가 다 합쳐 문재인 대통령에 맞서야 한다는 이른바 '반(反)문재인' 회동이었던 셈이다.

    비박계에서 먼저 화해 제스처가 나왔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처리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검사 격인 탄핵소추위원단장을 맡았던 권 의원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데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구속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하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한 일이냐, 잘못한 일이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총의가 모이지 않았다. 비박계에선 "우리 당이 태극기 부대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 나왔고, 친박계는 석방 결의안 채택에 앞서 '비박계의 탄핵 사과' 전제를 달았다.

    이에 김 의원은 "미래를 보고 그냥 넘어가자"고 했고, 홍 의원이 "사과 못 한다면 나는 손을 못 잡는다"고 거절하면서 분위기가 틀어졌다.

    홍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는 "김 의원은 탄핵을 찬성했던 일 때문에 당 내부에서 반감이 커졌다. 그것을 희석시키는 방법이 모든 계파들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정작 사과를 할 수는 없으니까, 석방시키자는 주장을 통해 '퉁 치고' 넘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주된 목적은 '태극기 부대' 등 강경우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고, 이 전 대통령 사면 건은 덤으로 더해졌다는 얘기다.

    또 김 의원이 최근 구속 중인 과거의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을 면회하는 동시에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하는 배경에는 '통합 전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바른미래당의 비박계, 한국당 내 비박계 및 복당파, 친박계 및 '태극기'가 통합할 경우 계파 별로 다른 입장에서 가운데즈음인 김 의원이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 의원은 홍 의원보다 훨씬 강경한 목소리로 김 의원을 질타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한국당의 일부 중진들이 보이는 행태야 말로 후안무치한 일인 것 같다"며 "얼마 전까지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구속시키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석방결의안(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내자고 하니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딱 맞는 말"이라며 김 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서 의원 역시 김 의원이 당권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을 드러냈다. 그는 "당에 침을 뱉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한 마디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슬그머니 복당했다"며 "이제 와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반문(反文) 빅 텐트를 얘기하고 당을 구하느니 석방 결의안을 내겠다고 운운하니 이보다 더 후안무치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 朴 석방 요구, 文 사면 내다본 예비 포석?

    야권에선 김 의원이 보수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2020년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를 내년 하반기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고 치자"면서 "박 전 대통령이 머리카락을 푼 채 휠체어에 타고, 조원진 의원이 그걸 끌고 광화문 한 복판에 나서는 장면을 상상해봐라. 그걸로 총선은 끝"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탄핵에 이어 다시 한 번 보수 분열의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사면'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석방' 주장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탄핵에 찬성했던 한 야권 인사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김무성 의원이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이유는 사면을 예상하며 나중에 태극기 부대에게 생색을 내기 위해 미리 침 바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석방 문제를 놓고도 같은 보수 야권 내부의 이견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실제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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