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2시께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이비인후과 대기실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
환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로 연신 기침을 했다. 고열과 콧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환자는 괴로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을 찾은 대학생 정모(22)씨는 "이틀 전부터 갑작스러운 고열과 심한 기침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의사가 2명인 이 이비인후과에서 이날 오후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40∼50분을 기다려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감기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환자 연령대는 남녀노소별로 다양하며 2주 전과 비교하면 환자가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가 예년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경기 지역 6개 병원을 방문하는 호흡기 환자를 대상으로 표본 검사를 한 결과, 지난달 마지막 주(48주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30%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셋째 주(47주차) 검출률 9%에 비해 3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올해 47주차 기준 인구 1천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 환자)는 13.2명이다. 2주 전(45주차) 7.8명의 두배 가량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7.7명)와 비교해도 두배에 해당한다.
2014∼2018년 이 시기 1천명당 의심환자가 4∼7명 수준이었던 고려하면 올해 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지난달 16일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전국 200개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로 집계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는 인플루엔자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독감에 걸린 학생은 모두 1475명(초등 901명, 중학교 379명, 고교 195명)이다.
지난 11월 17일 기준 독감에 걸린 초·중·고생이 714명인 것과 비교하면 2주 사이 환자가 두배로 급증한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보건교육을 강화하고 교실이나 급식 시설에 손 소독제 비치 등 교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택 충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으로 감염 확률을 70∼90% 낮출 수 있다"며 "예방 접종을 하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입원·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장소에서의 기침 예절을 실천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