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감반원 등의 부적절한 골프회동 논란 속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골프장 접대 의혹과 관련한 경찰의 내사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한없이 늘어지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강원랜드 내부 고발로 제기된 이 사건은 국민권익위 검토를 거쳐 지난 3월 말 강원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됐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 '내사 종결이냐', '정식 수사 전환이냐'에 대한 결론조차 내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사만 9개월째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모두 지지부진한 경찰의 이 사건 내사를 질타했다.
여당은 신속히 수사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지만 야당은 내사 종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무능 수사'라는 지적에도 이 사건은 좀처럼 진척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달 1일 비공개로 '법률자문회의'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등 결론 도출이 임박한 듯한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전히 내사 진행형이다. 이대로라면 내사 상태로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심지어 이 사건의 결론은 물론 진척 상황조차 일절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이 사건 내사의 결론을 못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치권의 정치 일정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김병준 위원장이 관련된 이 사건의 수사 전환 또는 내사 종결은 그 자체로 경찰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소환 조사를 전제로 한 수사 전환 시 한국당의 거센 반발은 물론 자칫 야당 탄압이라는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사 종결 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시간만 질질 끌다가 결국 봐주기 수사라는 맹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경찰이 애초 이 사건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했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지난해 8월 강원랜드 KLPGA 투어 프로암 대회 참가자 108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하다 보니 시간이 소요될 뿐 정치적 고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김 위원장을 비롯한 초청 인사 108명에게 제공된 접대 가액의 100만원 초과 여부를 정확하게 따지다 보니 조사 기간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교수 신분이어서 청탁금지법 대상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경찰이 접대 가액을 빌미로 의도적 시간 끌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정치 상황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경찰의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특정 정당의 전당대회 이전에 경찰 스스로 이 사건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대회 참가자 108명 전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며 "접대 가액의 산정 등을 놓고 논란이 많아 정확히 산출하려는 것이지 의도적 시간 끌기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