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베이비시터(위탁모)가 과거 5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으나 입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위탁 보육 중이던 아동 3명을 학대하고 그중 1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김 모(38) 씨를 지난달 30일 구속기소 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는 15개월 된 문 모 양을 학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고 A군(18개월)과 B양(6개월)도 심각하게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김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미 5차례나 있었다는 점이다.
첫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2016년 3월이었다. 김씨가 돌보는 A군의 화상이 학대로 인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였다. 이후에도 작년 7월까지 김씨의 이웃 등이 아동학대를 의심하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늦은 시간 김씨 집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나 아이들의 멍 자국 등도 신고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화상이나 멍 등 단건으로는 학대로 결론짓기 어렵다는 점, 피해 아동들이 김씨와 강한 애착 관계를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학대 판단을 보류했다.
학대 의심 아동의 친부모도 당시 상처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수사기관은 전했다.
특히 아동보호기관에 접수된 5차례 신고 가운데 2차례는 경찰이 김씨의 집까지 동행했지만 경찰마저도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단건으로 보면 당시 화상이나 아기가 울었다는 신고 등으로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는 여러 면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남부지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해 아동이 친부모보다 김씨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김씨와 강한 애착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며 "김씨의 집이 비위생적이지 않고 잘 정돈되고 깨끗한 상태여서 학대를 강하게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김씨는 10여년 간 우울증을 치료받아온 전력이 있었고, 위탁모 생활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푸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김씨가 A군에게 화상을 입힌 이유는 A군의 친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B양의 입과 코를 막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머리를 물속에 담그는 '물고문'을 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학대를 저질렀다.
심지어 김씨가 돌보던 문양은 설사를 한다는 이유로 열흘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폭행당하다 결국 숨졌다.
만약 A군이 처음 화상을 입었을 때 받은 신고로 김씨가 정식 입건됐다면 적어도 다른 피해자는 나오지 않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아동보호기관에 김씨에 대해 여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에서 정식 수사로 입건하지 않은 게 안타깝다"며 "김씨는 오랜 우울증 치료 전력 등으로 아이를 돌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는데 사설 베이비시터는 법적인 사각지대로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김씨도 다른 부모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어 "과거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미취학 아동을 전수조사했듯이, 24시간 종일반 어린이집에서 보육하는 어린이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