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뒤끝작렬] 박병대·고영한 대법관 시절, 사법농단 혐의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조

    [뒤끝작렬] 박병대·고영한 대법관 시절, 사법농단 혐의 어떻게 판단했을까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전자기록 등 위작·행사 등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 전 대법관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이런 혐의들에 대해 두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CBS노컷뉴스가 한 번 찾아봤습니다.

    ◇ 국고손실

    국고손실 혐의는 회계사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국가예산 등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와 관련해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저질렀을 때 적용됩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국가예산을 받아 현금화 한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위상을 강화하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해 30개 법원장 등에게 3억 5000만원을 지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전 대법관은 2017년 5월 회사 비자금 조성 사건의 주심을 맡았는데요. 당시 쟁점 중 하나는 비자금을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할 경우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박 전 대법관은 이 사건에서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해 지출됐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드러난 경우, 개별 사용행위와 관련해 임의사용을 추단하기 충분한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성된 비자금 전부가 회사 경영과 무관하게 개인적 목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법리에 배치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례대로라면 박 전 대법관은 '대법원을 위해 국가예산을 사용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할 수 있고, 검찰은 3억 5000만원의 행방을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공무상비밀누설

    박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와 외교부뿐만 아니라 일본 전범기업 대리인인 '김앤장'과 접촉한 혐의도 받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대법원 판례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의 주심을 맡은 고 전 대법관이 만들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사건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최순실씨에게 건넨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중국 파견 특사단 추천 의원 명단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이 명단이 직무상 비밀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사전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니까 박 전 대법관이 청와대와 대책을 논의하고 김앤장과 접촉한 것은 공정해야 할 재판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었는지, 반대로 없었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재판 △각종 영장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두 전직 대법관에게 '재판거래'에 연루된 혐의가 적용된 것입니다. 또 특정 법관들을 사찰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혐의도 받습니다.

    대법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재판 가운데, 고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고 박 전 대법관이 같은 재판부 소속으로 판결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직권남용'의 의미가 무엇인지였습니다.

    고 전 대법관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직원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인 권한을 불법하게 행사는 것"이라며 "공무원이 일반적 권한에 속하지 않는 불법행위를 한 것과 구별된다"고 밝혔습니다.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먼저 두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재판을 거래하고 법관을 사찰했다는 혐의니까 법원행정처장의 일반적인 권한을 알아봐야겠습니다.

    법원조직법 67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며 법원의 사법행정사무 및 그 직원을 감독합니다.

    같은법 9조를 보면,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사법행정사무의 지휘‧감독권 일부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위임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판사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독립성을 갖습니다.

    그런데 재판결과에 개입하고 특정 법관들을 사찰하는데 법원행정처장이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행정처 직원들을 이용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