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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주아오 대교가 꿈꾸는 ‘중국몽’ 그리고 냉엄한 현실

아시아/호주

    [르포]강주아오 대교가 꿈꾸는 ‘중국몽’ 그리고 냉엄한 현실

    • 2018-12-07 05:15

    [中 개혁·개방 40주년 특집-선봉 광둥성을 가다 ④]
    개혁·개방 40주년 개통된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
    세계 초강대국 향한 ‘중국몽’ 상징, 난관도 만만치 않아

    중국이 본격적인 개혁·개방 노선을 내세우며 '죽의장막'을 벗어나 세계무대에 등장한지 올해로 40주년을 맞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잦아들자 등장한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3중 전회를 열고 개혁·개방 정책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도약'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CBS노컷뉴스는 중국에서 첫 자유무역구가 설치된 뒤, 개혁·개방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광둥(廣東)성 경제현장을 찾아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총 4차례에 걸쳐 짚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이스케키 팔다 연매출 3조 기업 회장으로…개혁·개방의 홍색자본가들
    ② 中 개혁·개방의 조력자, 외자기업의 명과 암
    ③ "광저우·선전 부럽지 않다", 무섭게 성장하는 中 2선 도시
    ④ 강주아오 대교가 품은 중국몽과 냉엄한 현실


    ◇ 개혁·개방 40주년에 개통된 세계 최장 해상 대교

    ‘세계 최장(最長)’, ‘세계 최대(最大)’라는 수식어가 붙은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개혁·개방 40주년인 2018년 개통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통식이 있던 지난 10월 23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를 찾아 공사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직접 개통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강주아오 대교는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 대교의 설계와 건설에서 지혜를 발휘해 세계적인 난관을 극복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관리 기술과 경험을 집대성했다"면서 "이 대교의 개통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매진하자"고 말했다.
    강주아오 대교의 홍콩 쪽 인공섬, 주하이 쪽에서 출발한 차량이 해저터널로 접어들면 이 지점에서 외부로 나와 홍콩쪽 교량을 다시 주행하게 된다. 해저터널 구간만 6.7km에 달한다. 사진=강주아오 대교 관리국 제공

     



    세계 최장 해상 대교인 강주아오 대교가 보유한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시 주석의 발언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 마카오를 이어주는 강주아오대교는 총연장 55㎞로 한국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21.4km)의 2.5배에 달한다. 22.9㎞의 교량 구간과 6.7㎞ 해저터널 구간, 터널 양쪽의 인공섬, 출·입경 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본체 구조물 공사에만 40만t의 철강이 투입됐는데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40여배에 달하는 무게다.

    양쪽의 해저터널 구간은 30만t급 유조선이 통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수심 40m 지점에 33개의 튜브를 연결해 만드는 고난도 공정이 적용됐다. 전체 길이가 6.7㎞로 역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세계 최장의 해저 침매터널(沈埋·완성한 터널을 바닷속에 묻는 공법), 세계 최장의 철골 교체(橋體·다리 몸체) 등 세계 최고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03년부터 6년의 준비기간, 9년의 건설기간과 함께 총 비용 200억 달러(약 22조원)가 투입돼 ‘현대 7대 불가사의’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다.
    [그래픽=임금진PD]

     



    지난 1957년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우한(武漢)의 창장(長江)대교를 건설할 당시 자체 기술력 부족으로 옛 소련의 원조와 기술 지원을 받아야만 했던 중국에게 강주아오 대교는 개혁·개방 40년이 이뤄 놓은 성과를 보여주는 집약체이기도 하다.

    ◇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경제 하나로…따완취 구상 속도 붙을 듯

    국가전략인 '따완취(大灣區·대만구 Great Bay Area)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은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경제를 하나로 묶는 '웨강아오 따완취(粤港澳 大灣區)'를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경제허브로 키우겠다는 장기 전략을 세워놨다.

    강주아오 대교 건설은 웨강아오(광둥성·홍콩·마카오)의 지리적 거리감을 없애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홍콩과 주하이 혹은 마카오 간 차량 운행 소요시간은 현재 3시간 30분에서 30분으로 대폭 줄어 들었다. 여기에 홍콩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도 개통되면서 홍콩과 마카오는 섬이 아닌 중국 대륙의 일부로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중국은 따완취 계획을 ‘시 주석이 직접 구상하고, 직접 추진한 국가전략’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슝안(雄安)신구, 하이난(海南) 자유무역구와 함께 시 주석의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이끌어줄 삼두마차인 셈이다.

    ◇ 경제효과보다 정치적 효과? 홍콩 일부 일국양제 침해 반발도

    이런 시각에서 중국이 강주아오 대교를 건설한 이유가 통계적으로 집계되는 경제효과보다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과잉 투자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22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투자비 만큼의 효과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란을 불붙이고 있는 것이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대 이하의 통행량이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강주아오 대교 이용객은 총 179만명으로 하루 평균 6만4000명, 최대 10만 3000명을 기록했다.
    주하이 쪽에서 바라본 강주아오 대교 전경. 퇴근시간이 다가오지만 지나가는 차량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광둥성 주하이시=CBS 김중호 특파원

     



    실제로 주하이 쪽에서 바라본 강주아오 대교는 1분에 한두대 정도 이용 차량이 나타날 정도로 한산했다. 그것도 대부분이 화물차나 승용차가 아닌 셔틀버스였다. 위리에(余烈) 강주아오 대교 관리국 부국장은 “개통 초기 2천여대 였던 차량이 최근에는 4천대 이상 늘어나면서 하루 평균 3천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교통량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차량을 이용해 오가는 인원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요금은 소형차 기준 150위안(약 2만4540원)정도여서 아주 비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주변에 연계된 편의시설이 미비하고 이용하려는 승용차는 홍콩과 주하이시의 번호판을 모두 등록해야 하는 등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상당했다.
    강주아오대교 주하이시 입구. 홍콩으로 건너가기 위한 출입경 수속을 마친뒤 셔틀버스에 타는 승객들이 분주하다. 광둥성 주하이시=CBS 김중호 특파원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대륙인들의 홍콩 유입이 대거 늘어난데 대한 일부 홍콩인들의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홍콩, 마카오에 대한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면서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가 무너지고 홍콩의 중국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홍콩인들이 강주아오 대교 출입경 관리소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주하이쪽에서 만난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강주아오 대교 건설로 진정한 통일이 됐다는 발언도 나왔다. 한 중국인은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홍콩이 본토와 진정한 통일을 이루게 됐다”며 “타이완(臺灣)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무역전쟁 등 미국의 압박이 중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홍콩과의 갈등, 타이완과의 통일 문제 등 내부 문제도 '중국몽'을 가로막을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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