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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비리사학 때문에 내 전세금 떼일 줄은…"

사건/사고

    [훅!뉴스] "비리사학 때문에 내 전세금 떼일 줄은…"

    -휘문의숙, 수십억 공금 쌈짓돈처럼 빼먹다 경찰 적발
    -학교법인 소유 건물 수십억 임대보증금 날림 사태도
    -세입자들 "휘문 '동의' 믿고 계약…학교법인이 책임져야"
    -교육청 "먹튀 대응책 마련하라, 사전 경고했는데도…"
    -허술업체에 임대 맡긴 뒤 "법대로 하면 될 것" 발빼는 휘문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수도권 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 유튜브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 김정훈> 최근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을 위한 법안 통과가 국회에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죠. 각급 사학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저희 뉴스쇼로 관련 제보가 왔어요. 들어보니, 여느 사학 비리와는 조금 다른 얘기더라고요.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휘문 학교법인 사학비리 관련 피해자]
    "사학비리라고 하면 학교의 돈을 횡령해서 이사장이나 관련된 사람들이 가져가는 구조인데 지금은 완전 제3자의 돈, 거의 시민의 돈을 가져간 구조가 된 거잖아요."
    "회사에 빚도 얻고 은행빚을 얻어서 전세자금을 구했는데 그것까지 뺏어가니까 저희는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거든요. 정말 절망적이죠, 상황이."

    ◇ 김현정> '사학이 어떻게 됐는데, 내 전세금을 뺏기게 생겼다' 이런 얘기예요?

     

    ◆ 김정훈> 문제의 사학은 서울의 휘문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입니다. 얼마전 이 학교 법인의 비리를 두고 경찰이 수사를 벌였는데, 현 이사장은 학교 명의 카드로 단란주점 비용을 내거나 선친의 묘지 관리비를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그 어머니인 전 명예이사장은 53억 원에 이르는 학교발전기금을 현금으로 빼내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고요.

    ◇ 김현정> 이거야 익숙한 비리인데, 학교의 공금을 자기 돈처럼 사용해버린 거요. 그런데 내 돈을 뺏기게 됐다, 학교 때문에?

    ◆ 김정훈> 경찰이 적발한 휘문의숙의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그 학교법인이 소유한 149세대 생활주택 건물의 임대업무를 무등록 업자에게 맡겼는데, 그 사람이 임대 보증금을 횡령한 사건까지 일어난 겁니다. 그 피해자들이 지금 학교법인을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사건을 취재해봤습니다.

    ◇ 김현정>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어떤 땅에 건물을 지었는데, 거기서 피해자가 나온 그 사건이에요? 피해자들은 뭐라고 해요?

    ◆ 김정훈> 저희가 그제 피해자들을 죽 만나보고 왔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휘문 학교법인 사학비리 관련 피해자]
    "금액이 제일 큰 데는 4억이 세 집, 3억이 한 집이고. 저 같은 경우는 계약이 내년 2월 28일까지니까 얼마 안 남았죠. 그리고 다른 집들 보면 4억 세대 중 한 세대는 벌써 계약이 종료가 돼서 나가야 될 상황인데 못나가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고..."
    "이런 얘기들은 TV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얘긴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게 내 현실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 김현정> 4억, 3억 하는 게 보증금을 말하는 건가요? 보증금을 날리고 계약기간은 끝나간다는데 어디로 갑니까, 이런 하소연 하는 거예요?

    ◆ 김정훈> 피해를 호소하는 곳은 주택 123세대 등이고, 확인된 피해 금액만 73억원에 이릅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15일인데요. 피해자들이 살고 있던 그 건물 엘리베이터에, '죄송한 마음으로 안내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덜컥 붙은 겁니다.

    ◇ 김현정> 그 전에 건물의 모습을 그렸으면 좋겠어요.

    ◆ 김정훈> 학교 안에 쓰지 않던 땅에 건물을 올린 거예요. 그 주상복합 건물의 임대관리업무를 무등록 업자에게 맡겼던 겁니다. 그에 따라 세입자와 임대계약을 맡고 그 건물을 관리하던 업자, 신모씨가 글을 올린 것이죠. '다른 사업을 하다가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다 날렸다', '미안하고 모든 법적 처벌을 달게 받겠다',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휘문 측으로부터 받아라', 이런 내용입니다. 신씨는 이후 구속됐고요.

    '보증금 날림'을 고백하는 임대관리업자 신모씨의 글.

     

    ◇ 김현정> 휘문 재단이 자기 소유의 주상복합 건물을 신모씨한테 맡겼고, 신씨는 보증금을 들고서 쉽게 말해 먹튀를 해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세입자들한테는 보증금을 휘문한테 가서 받으라고 한 거예요. 그래서 세입자들은 휘문한테 갔겠네요.

    ◆ 김정훈> 신씨가 그렇게 말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긴 합니다. 신씨는 세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 "휘문의숙이 임대(전대)동의서를 작성해줬고, '임차인들에 대한 임대대행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은 대행일 뿐이었으니 건물 소유주인 학교법인의 책임이 없을 순 없다는 말이죠.

    ◇ 김현정> 세입자들도 신씨는 대행일 뿐이고, 실제 계약 상대방은 학교법인이라고 생각했던 건가요?

    ◆ 김정훈>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신씨가 만든 업체 명이 '휘문아파트관리'였습니다. 세입자들은 당연히 휘문이라는 학교법인이 직접 관여돼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녹취: 휘문 학교법인 사학비리 관련 피해자]
    "이름도 '휘문아파트관리'이잖아요. 믿을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같이 계약서에 첨부되어 있는 사항 중에 동의서, (학교법인이) 임대 동의한다는... 휘문아파트관리에 발행해준 동의서도 있고."
    "휘문의숙 행정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도 해보고, 직접 찾아가신 분도 있어요. 그러면 직원들이 '걱정하지 말고 계약해라, 우리 학교에서 하는 거 맞다'고 하니까..."

    ◆ 김정훈> 휘문의숙은 또 계약 관련 서류에서 "임대대행 및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하자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책임질 것을 확약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내용만 들여다 보면 계약 상대가 휘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황인 건데, 학교 측에서는 뭐라고 얘기해요?

    ◆ 김정훈> 휘문의숙 측은 현재 TF를 구성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보증금을 맡아 관리하던 신씨와 세입자 사이의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자신들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죠?

    ◇ 김현정> 휘문은 우리도 피해자라는 거예요?

    ◆ 김정훈> 네 자신들 역시 피해자라면서, 이어질 송사에 법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학교법인 휘문의숙 관계자]
    "휘문아파트관리 주식회사 OOO 대표, 사기친 사람 있잖아요? 그쪽에서 우리를 한통속으로 자꾸 묶으려고 그래요. 그래서 저희는 법적인 판단을 먼저 기다리고 있는 것까지만 제가 들었거든요."

    ◇ 김현정> 휘문하고 신씨의 계약이 어떻게 돼있었던 건지 그 실체가 궁금한데요. 신씨는 '난 대행일 뿐이었다'고 하고 있고. 휘문은 신씨한테 어떻게 했다는 거예요? 건물은 휘문 것이 맞는데...

    수십억 보증금 날림 사태가 발생한, '휘문의숙' 소유의 W타워.

     

    ◆ 김정훈> 건물 전체의 임대 업무 권한 전체를 위임했다는 것이죠. 그것을 전대라고 하는데요...

    ◇ 김현정> '건물 주인은 우리지만 임대 업무를 통으로 넘겨버렸다'?

    ◆ 김정훈> 그래서 모든 책임이 신씨한테 가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신씨가 휘문의숙과 임대대행 계약을 맺을 때가 지난 2011년 말이었는데, 그때 자본금은 단 1,0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 1,000만원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 주택 149세대와 24곳의 상가까지 포함된 임대권을 손에 쥔 것이죠.

    ◇ 김현정> 거의 페이퍼 컴퍼니 수준이었네요.

    ◆ 김정훈>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씨는 주택관리임대업 등록도 하지 않았거든요. 한마디로 무등록 부실 업체에 학교법인이 무턱대고 그 큰 이권을 넘겨준 셈입니다.

    ◇ 김현정> 백억 원에 이르는 보증금까지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게 넘길 때는 뭔가 조사를 했어야 했는데, 의아하네요.

    ◆ 김정훈> 보증금을 탕진한 신씨는, 학교발전기금을 쌈짓돈처럼 빼먹던 전 이사장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관계였다고 해요. 그냥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선뜻 특혜를 줬고 학교법인에서 그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했던 것이죠.

    ◇ 김현정> 이건 계약서 문제를 떠나서, 일단 학교법인의 도의적인 모럴해저드가 느껴지는데요.

    ◆ 김정훈> 위험을 알고도 방조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사실 휘문 학교법인의 비리는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먼저 적발됐습니다. 그게 경찰 수사로 확인된 것인데, 당시 교육청은 이미 그때 이번 보증금 '먹튀' 사태까지 경고했다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그때 우리가 또 OOO씨가 도망간다는 얘기가 나돌았어요. 그 얘기를 듣고 이사장한테 전화했어요. '도망 가면 어떻게 할 거냐, 돈이 어마어마하게 물려 있을 텐데... 빨리 대응책을 마련하시라' 이런 얘기는 몇번 했어요.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며칠 동안 가서 봐도 그런 게 보이는데, 몇년을 그렇게 해먹어도 그러고 있으니..."

    ◇ 김현정> 뭔가 이상하다, 조치를 하라고 서울시교유청에서 학교에 얘기를 했다?

    ◆ 김정훈> '당신네 학교가 비리를 저지른 건 저지른 것이고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이미 경고했었던 겁니다. 보증금 통장에서 돈을 뺄 때 학교법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신씨의 예금이나 다른 재산을 가압류해보라는 제안까지 구체적으로 했다고 하네요.

    ◇ 김현정> 그런데 휘문 측이 아무 대응을 안 했다고 합니까?

    ◆ 김정훈> 전 이사장은 '신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 김현정> 자기 재산 같았으면, 그런 식으로 나올 수 없을 텐데. 교육청 경고까지 하면 신씨 불러다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못 가게 하고,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보증금을 뜯기고 휘문 학교법인 앞에서 시위중인 피해자들.

     

    ◆ 김정훈> 적어도 계약 연장을 하거나 새로 누군가가 계약을 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교육청 감사 결과도 알지 못한 채 계약을 하고 돈을 뜯기게 된 이들도 적지 않거든요.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날린 신씨는 물론, 휘문의숙 측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이자, 대책위원회 법률자문역인 김영만 변호사의 말입니다.

    [녹취: 김영만 변호사]
    "횡령할 수 있게 구조를 짠 건 휘문의숙이란 겁니다. 쉽게 말하면 보증금이 생선인데 고양이가 생선을 먹었어요. 고양이가 생선을 먹도록 방치하고 그 구조를 짜준 게 휘문의숙이란 거죠. 그 책임을 법리적으로 말해서 묻겠단 거예요."

    ◇ 김현정> 도의적인 책임은 분명한 것 같고, 법적 다툼이 예상되네요.

    ◆ 김정훈> 사립학교의 비리가 단순히 공금을 횡령했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닌 상황이거든요. 엉뚱한 사람의 재산까지 갉아먹게 됐는데, 사립학교가 투명하지 않게 제멋대로 운영되다 보니 이런 일까지 생긴 거잖아요. 제2, 제3의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사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일, 더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 같네요.

    ◇ 김현정> 엉터리 임대업자한테 통으로 임대를 준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만, 그걸 넘어서 청취자 한분은 '혹시 짜고 한 게 아닌가, 수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자를 주고도 계시네요. 훅뉴스, 김정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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