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은 올해 자선대회를 앞두고 유희관(두산 베어스)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하는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에서 유희관만큼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2015년 서건창의 독특한 타격폼을 따라 하고, 에릭 테임즈의 수염 잡아당기기 홈런 세리모니를 재현하며 동료들과 팬들에게 잊지 못할 명장면을 선사했다.
기발한 퍼포먼스로 자선 야구대회 최고의 웃음꾼으로 자리한 유희관은 그러나 올해는 참가를 정중히 거절했다.
양 이사장은 유희관이 없으면 대회가 허전할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정작 그럴 필요가 없었다.
2012년 이여상을 유희관이 대체했듯 올해 자선 야구대회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는 3회초 관중석이 들썩였다.
LG의 장신 외야수 김용의가 할리우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캐릭터 '할리퀸'을 완벽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187㎝의 키로 하이힐까지 신어 각선미가 더욱 부각된 김용의는 상대 투수가 자신의 다리를 징그럽게 쳐다본다고 주심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했다.
다음 주인공은 김민수(삼성 라이온즈)였다.
김민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캐릭터 '가오나시'로 변신했다.
5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민수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 1루까지 전력 질주해 출루에 성공했다.
1루를 향해 달릴 때 두 팔을 뒤로 쫙 벌리고 뛰는 모습은 팬들의 폭소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공수교대 후 김민수는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랐다.
주 포지션이 포수인 김민수는 130㎞대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강한 어깨를 과시했다.
주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후하게 주자 마운드 앞으로 걸어 나와 큰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로 재미를 더했다.
삼성의 백업 포수인 김민수를 알아보는 팬들은 많지 않지만, 그의 팬들을 향한 쇼맨십은 KBO리그 초고 수준이었다.
'괴물 신인' 강백호(kt)의 투구 역시 볼거리였다.
올스타전에서 150㎞의 강속구를 선보였던 강백호는 이날도 '이도류'로 변신해 최고 구속 147㎞를 찍었다.
포지션 파괴가 이뤄진 이번 자선야구대회에서는 이종범 LG 코치가 이끄는 '종범신팀'이 7이닝 경기 끝에 '양신팀'에 6-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는 4천명의 관중이 찾았다.
양준혁 이사장은 "김민수가 행사를 살렸다"며 "매년 선수들이 더 많이 참여하려고 해줘서 고맙다. 야구로 받은 혜택을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모든 수익금은 양준혁야구재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인 멘토리야구단과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