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최강 5번' SK 한동민은 올해 41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고종욱의 가세로 내년에는 5번 타순에 배치돼 중심 타자로 활약할 전망이다.(사진=SK)
지난 7일 전격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한 SK. 결과적으로 외야수 김동엽을 보내고 고종욱을 데려왔다. 당초 넥센과 트레이드였지만 여기에 삼성이 끼어 포수 이지영과 김동엽이 다시 바뀌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트레이드의 손익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SK가 살짝 손해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관상 주전과 백업의 교환이기 때문이다.
김동엽은 올해 124경기 타율은 2할5푼2리에 머물렀으나 27홈런 76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22홈런 70타점보다 많아졌다. 28살의 나이로 전성기를 앞둔 거포다. 이에 비해 고종욱은 올해 102경기 타율 2할7푼9리 6홈런 54타점에 머물렀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SK 구단의 의견이다. 팀의 공격 밸런스를 맞추고 득점력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비도 고려한 트레이드였다.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손차훈 SK 단장은 "지난해와 올해 우리 팀이 홈런을 많이 때렸지만 세밀한 공격은 부족했다"면서 "특히 테이블 세터진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수광과 짝을 이룰 2번 타자를 데려왔다는 것이다.
SK는 올해 팀 홈런 233개로 단연 1위였다. 지난해는 한 시즌 최다 기록(234개)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팀 득점은 3위(평균 5.76점)였다. 지난해 5위(5.28점)보다 나아졌지만 홈런에 비해 득점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발이 빠르고 맞추는 능력이 있는 고종욱이 홈런 일변도의 SK 타선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민의 거포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다. 올해 주로 2번을 맡은 한동민을 중심 타선에 배치에 타점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한동민은 올해 136경기 타율 2할8푼4리 41홈런 115타점을 올렸고, 한국시리즈(KS) MVP가 말해주듯 클러치 능력도 입증했다.
염경엽 감독은 "40홈런 타자를 2번으로 쓰기가 너무 아깝다"면서 "내년 한동민은 붙박이 5번"이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SK는 노수광-고종욱 테이블 세터진에 최정-제이미 로맥-한동민으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한다.
최정은 올해 부상으로 35홈런에 그쳤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40개 이상을 넘겨 홈런왕에 올랐고, 로맥은 올해 홈런 2위(43개)였다. 여기에 한동민이 5번에 버티고 있으면 상대 투수는 쉬어갈 데가 없어진다.
고종욱의 가세는 한때 4번 타자였던 정의윤도 살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김동엽과 겹쳤던 정의윤은 고종욱이 온다면 우타 거포의 가치가 오를 수 있다. 지명타자로 쓰임새가 있다.
올해 8년 만에 KS 우승을 이뤄낸 SK. 내년 2연패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SK가 트레이드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