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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인사이드] 산천어와 빙어는 왜 백두산 천지로 갔을까



통일/북한

    [NK인사이드] 산천어와 빙어는 왜 백두산 천지로 갔을까

    김정은 체제 북한, 양식업 활성화 유난히 강조
    대동강에도, 산간오지에도 양식장…군부대가 초대형 연어 양식사업소 운영
    "식량난 해결과 주민 의식주 생활 향상 선전 효과"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정치부 도성해 선임기자

     


    ◆ 임미현 > 도기자의 NK인사이드, 오늘 첫 시간입니다. 통일부를 출입하고 있는 도성해 선임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소식을 전해주실 건가요?

    ◇ 도성해 > 딱딱한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북한 사회나 주민들의 속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식들을 중심으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이 세차례나 진행되고,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교류 협력사업들이 펼쳐지면서 그동안 굳게 닫혔던 북한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고,

    특히 평양 정상회담때는 주요 장면들이 실시간 또는 녹화된 화면으로 자세히 전해지면서 북한 내부의 모습들이 조금씩 들춰지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같은 민족으로서 알 건 알고 지내야 이질감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정보에 접근하는데 제약은 있겠지만 최대한 많이 취재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임미현 > 오늘 첫 소식이 궁금합니다.

    ◇ 도성해 > 겨울이기도 해서 백두산 빙어 얘기를 가져왔습니다.

    ◆ 임미현 > 겨울에 주로 먹는 빙어 말이죠? 백두산에 빙어가 살고 있나요?

    도성해 > 혹시 한라산 백록담에는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요? 저도 이번에 알아보니 백록담은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날때도 있고 해서 그런지 물고기는 없다고 합니다.

    백두산 천지 (사진=자료사진)

     

    그런데 백두산 천지에는 빙어가 분명히 살고 있습니다. 물론 자연 발생한 것은 아니고 북한 당국이 새끼 빙어를 방류해서 번식에 성공한 것인데요

    북한 보도에 따르면 북한 연구진이 작년 7월에 빙어 치어 2500마리를 천지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빙어는 수온이 높으면 폐사하기 때문에 여름이라 수온을 낮추려고 얼음과 찬물을 붓기도 하는 등 온갖 정성을 들였는데, 1년 후인 지난 7월에 천지에서 길이가 10cm 정도되는 빙어 100여마리가 채집됐습니다.

    방류한 치어들이 죽지 않고 천지에서 서식하는 데 성공한 것인데요, 북한 매체들이 최근 이를 크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연구진은 처음에는 수정된 빙어알을 천지에 방사했는데, 이게 실패하면서 치어를 옮기는 방식을 택했고 결국 몇년만에 성공했다는 겁니다.

    ◆ 임미현 > 아니 그런데 백두산 천지면 일반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도 아닌데, 굳이 여기에다 빙어를 키우는 겁니까?

    ◇ 도성해 > 천지에는 빙어 말고도 산천어와 붕어 등 다양한 민물 어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산천어는 송어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인데, 강에서 살다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상류에서 산란을 하는데 제아무리 힘 센 산천어라고 해도 2천미터가 넘는 백두산 천지까지는 못올라가겠죠?

    지난 1984년에 북한 연구진이 산천어 치어를 천지에 방류했고, 번식에 성공하면서 '천지산천어'라는 이름이 생겨날 정도로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학자들 주장에 따르면 일반 하천에 사는 산천어는 몸길이가 15~20cm 정도인데 천지산천어는 평균 40cm가 넘고 큰 것은 70cm가 넘는 것도 잡힌다고 합니다.

    굳이 백두산 천지에서 산천어와 빙어를 키우는 것에 대해 북한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더 아름답게 가꾸는 사업의 일환이라고 자평하고 있는데요, 짐작컨대 '척박한 환경에서도 물고기가 서식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양어 기술이 뛰어나다' 이런 것을 보여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동강수산물식당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임미현 > 9월 평양정상회담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이 많이 가는 식당을 가보고 싶다고해서 간 곳이 대동강 수산물 식당이었는데, 여기서 나온 철갑상어도 인공적으로 키운 거죠?

    ◇ 도성해 > 그렇죠. 거의 수영장만한 수조가 철갑상어로 가득차있는 모습을 보셨을텐데, 이뿐 아니라 북한은 자라도 양식을 합니다.

    북한 표현을 빌리면 자연 상태에서는 4~5년이나 걸리지만 1년만에 솥뚜껑만한 크기로 자라서 한번에 수백마리씩 식당으로 실어나른다고 합니다.

    ◆ 임미현 > 심지어 두메 산골에도 양식장이 있다구요?

    ◇ 도성해 > 예, 얼마전 노동신문에 크게 보도된 곳인데 자강도 송원군에 있는 송관리라는 곳입니다.

    사방이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막혀있는 산간오지라고 하는데요, 이곳 양어장에서는 한해에 금잉어 등 수만마리의 새끼 물고기를 키우고 있고, 해마다 수천마리의 물고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물고기를 구경하기 어려웠던 산골 주민들도 결혼식 등 큰 일이 있으면 잔치상에 양어장에서 기른 물고기를 반드시 올린다고 하네요.

    지난 2004년 통계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북한 전역에는 이같은 양식장이 약 45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메기 양식장이 많아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시찰하면서 격려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보도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보도 내용 한번 들어보시죠.

    메기 양어장 시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설된 순천메기공장을 현지 지도하셨습니다. 준공된 지 얼마되지 않지만 못들마다 메기들이 욱실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평양 대동강에는 그물로 된 이동식 양어장이 존재하는데요, 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로치면 서울 시내 한강에 물고기 양식장이 있는게 잘 상상이 안되실텐데요,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이동식 그물 우리 양어장이 산뜻하고 멋있고 날마다 변모되어가고 있는 평양시의 모습을 더욱 이채롭게 장식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평양시처럼 현대적인 이동식 그물 우리 양어장을 꾸려놓은 사업을 힘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심지어 군부대가 양식장을 운영하기도 하는데요, 인민군 제810 부대 산하에는 연어 양어사업소가 2곳이나 있습니다.

    한 곳의 부지가 무려 9만7천평방미터가 넘는 초대형으로 연간 430만개의 알을 부화하고 치어를 길러냅니다. 또 한 곳은 연간 생산 능력이 3천톤에 달하고 양식 말고도 훈제연어, 연어편육 같은 가공품도 생산하는데 이를 군부대가 관리하는 것입니다.

    ◆ 임미현 > 이렇게 양어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요?

    ◇ 도성해 > 탈북자 출신인 통일교육원 정은찬 교수로부터 도움말을 들었는데요, 먼저 선대의 유훈을 관철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년차인 2012년 4월 15일에 "우리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최고 이상이 "인민들이 이밥에 고기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도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신이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이후 민생경제와 관련된 수산 정책 활성화를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민들의 의식주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양어를 강조한다는 것은 일단 식량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물고기는 훌륭한 단백질과 무기질 공급원입니다. 북한에서 양식업이 본격적으로 강조된 것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식량 부족 사태를 물고기 양식으로 극복하려 한 것 같습니다.

    이와함께 먹는 문제에서 쌀은 해결되었다고 전제하면서 물고기를 반찬으로 올리고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등 양식업을 발전시키면서 식사의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고 홍보하는 효과도 얻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 물고기를 아무리 많이 양식해도 돈이 있어야 사먹을 수 있지 않나요? 배급을 해주나요?

    ◇ 도성해 >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배급률은 약 15% 정도에 불과하고, 쌀이나 물고기를 비롯해 의식주에 필요한 생필품은 주로 장마당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탈북자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양어장을 많이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벌어 하루살기도 힘든 계층에게는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물고기는 그림의 떡이다. 그 이면도 잘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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