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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공효진 "페미니즘 영화? 성별 나눈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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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어락' 공효진 "페미니즘 영화? 성별 나눈 적 없어요"

    [노컷 인터뷰 ①] '도어락'으로 상업 스릴러에 도전장
    "스릴러는 제약 많은 장르…내 연기 모자라다고 느껴"
    "윗집 기척 들리면 안도감…고립 자처 말고 관심 필요"

    영화 '도어락'에서 자신이 처한 위험을 감지하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민 역을 연기한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이제는 내 필모그래피를 책임질 시기라고 생각해요."

    배우 공효진에게 영화 '도어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간 영화에서 개성있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온 그가 처음 상업적인 스릴러 영화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도어락'은 특이점을 지녔다. 살인 등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대다수 남성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추격자 역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도어락'은 피해자로 사라져 버리는 여성의 시각에서 영화를 펼쳐 나간다. 공효진이 연기한 경민은 평범한 여자지만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강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경민이 두뇌게임을 하기 보다는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건들죠. 사실 거의 강박적으로 불안해 하면서 주변을 경계하고 의심하는데도 이런 일을 경민이 겪잖아요. 경민은 자신의 용기 없는 행동들로 인해 가까운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엄청나게 화가 나요. 그런 성장이 있었죠. 그래서 마지막에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자기 몸을 지키고자 하는 살기 어린 몸부림이 나올 수 있었던 거고요. 복수보다는 그냥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겠다는 동물적 본능인 거죠."

    본격적인 스릴러물에 도전하면서 공효진은 스스로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공효진의 특기인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는 '도어락'에서도 빛을 발했지만 정작 본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안 하던 장르를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배우들이 연기하고 제일 찝찝한 게 모니터링하면서 마음에 안 들거나 모자라다고 느꼈을 때인데 이번이 그랬어요. 스스로 화도 나고 답답하죠. 눈빛부터 시작해서 많이 해보지 않았으니 스킬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내 멋대로 변주하거나 만들기 어려운 장르가 스릴러라고 생각해요. 그 쫄깃한 긴장감을 뚜렷하게 유지해야 하니까 그게 우선이거든요. 경민이라는 인물이 너무 평범해서 재미 없을까봐 고민도 많았어요. 정확한 전달을 위해서는 감안할 게 많더라고요."

    '도어락'에는 서비스직 여성을 중심으로 범죄 불안감에 시달리는 여성을 향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담은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 정도로 여성들의 입장을 잘 나타낸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로 인해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해석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공효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혼자 사는 이들이 겪는 도시 괴담이지 어떤 성별을 나눠서 보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찍는 동안 그런 메시지보다는 '저 여자가 얼마나 통쾌하게 사지에서 살아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마 지금 그런(페미니즘) 이슈가 많은 시기라 그런 것 같아요."

    영화 '도어락'에서 자신이 처한 위험을 감지하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민 역을 연기한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혼밥' '혼술'이 일상적인 단어가 되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하는 사람들. '도어락'은 우리 일상 속에 널리 퍼져있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경고를 건네기도 한다. 이 사회에 익숙한 현상을 활용해 영화는 더욱 현실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저희 집 주변에 새로 생긴 아파트가 있는데 개인주의가 강해서 너무 편하대요.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도 아무런 간섭이 없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먼저 보내준다는 거예요. 자기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요. 저는 아직도 반상회를 하는 빌라에 살거든요. 엄마가 다녀오면 '무슨 얘기 들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가끔씩 윗집에서 소음이 들리면 나만 깨어 있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기도 해요.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고립을 자처하는 게 편안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소하게 시작하더라도 서로 좀 관심있게 살아가길 바라죠."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부터 친분을 쌓아 온 이권 감독과는 영화 준비 기간 내내 격식없이 의견을 교환했다. 공효진의 의견을 이 감독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바뀐 장면들이 있을 정도다.

    "'시나리오를 이렇게 바꾸면 영화 (출연)하겠다'고 농담으로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제가 감독님과 오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거의 4일 밤 동안 허기질 때까지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남자니까 여자 캐릭터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겠죠. 경민 캐릭터는 시원한 느낌이 없어서 약간 불안하기도 했었고요. 마지막 중요한 장면은 감독님과 같이 짰던 것 같아요. 처음에 트렁크에 실어서 가자고 하기에 그놈의 트렁크는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장롱 넘어지는 아이디어도 거기에서 나왔고요."

    [노컷 인터뷰 ②] '도어락' 공효진, "남배우만 100억 영화? 나도 흥행 목말라"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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