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어락'에서 자신이 처한 위험을 감지하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민 역을 연기한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어쨌든 이제 '원톱' 주연의 부담감을 안고 상업 영화 주인공으로서의 흥행력을 평가받아야 하는 시점이다. 공효진은 '도어락'을 개봉하며 받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송강호 선배님이나 하정우 오빠 같은 분들은 무슨 운명인가 싶죠.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다 흥행하잖아요. 개봉하면서 여유로울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저는 개봉할 때 겪는 스트레스가 진짜 커요. 개인 기호나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TMI'(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뜻하는 신조어)를 자꾸 검색하고 제 무덤을 파는 성격이에요.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크면 상처도 크더라고요. 그러면 자꾸 숨고 싶어지고 그래요. 숫자로 표현되는 패배감이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요."
공효진의 말에 따르면 이제는 스스로의 필모그래피에 책임을 질 시기다. 그래서 일단 힘닿는데까지는 연기든 홍보든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고. 화제가 됐던 홈쇼핑 출연 역시 이런 마음가짐과 무관하지 않다. 책임감은 공효진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제는 쌓여 가는 필모그래피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됐어요. 사실 배우 입장에서 적당한 책임감은 기분이 좋아요. 제게 사활을 걸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힘이 나거든요. 뭔가 운명공동체적인 그런 게 있어요. 홈쇼핑에 나갔던 건 제가 루시드폴 팬인데 그 귤 판매 방송이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재미있겠다 싶어서 참여했어요. 마치 귤처럼 영화를 농작해서 파는 심정이에요. 텅빈 관에서 영화가 흘러나오지 않길 바라고 귤이 썩질 않기를 바라는 거죠."
영화 '도어락'에서 자신이 처한 위험을 감지하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경민 역을 연기한 공효진.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19년 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이하 '여고괴담2' 현장을 떠올려 보면 그때 공효진과 현재 공효진은 너무도 다른 인격체이자 배우다.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이었기에 오히려 과감했던 그때와 달리 이제 공효진은 현장에서 뚜렷한 목적 의식 아래 움직인다.
"'여고괴담2'는 솔직히 너무 창피한 게 커서 한 번도 못봤어요. 어리다고 아무렇게나 연기했거든요. 그냥 컵라면 먹고 자다 일어나서 연기하고…. 모니터링이 뭔지도 몰라서 들여다 본 적도 없어요. 스크린에 얼굴이 엄청 크게 나왔던 걸 보면서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현장은 정말 곤두섬의 극치이고 잘 해내야 하는 곳이죠. 모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모이니까 기류가 장난이 아니에요. 누가 방해하는 걸 용납할 수 없으니 저도 초반에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예민하고 불안해하는 편이에요. 어깨가 무거울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개성적이면서도 편안한 연기를 하기는 쉽지 않지만 공효진은 그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하다. 아무리 독특한 역할도 공효진이 하면 납득이 가고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역할도 감정이 증폭되면서 특별해진다. 이제 그의 남은 목표는 10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도 소화 가능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도어락'이 그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도어락'과 '뺑반'은 확실히 상업적인 영화거든요. 흥행에 목마른 건 사실이에요. 스코어가 높지 않으니 작은 예산 영화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구현하고 싶은 것에 대한 제약이 많아요. 이제 예산 커져서 40억 넘는 영화도 한다고 했더니 (류)준열이가 50억 중반은 되어야 중간급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걔가 데뷔 3년차인데 100억짜리 영화도 했으니까요. 확실히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예산 기준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까지 '뺑반' 규모 되는 영화 근처를 가본 적도 없어요. 천만 영화 중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도 별로 없죠. 예산이 큰 영화를 하려면 스코어를 염두에 두고 섞어서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