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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금감원 채용 비리 피해자, 밤잠 설치던 1년



뒤끝작렬

    [뒤끝작렬] 금감원 채용 비리 피해자, 밤잠 설치던 1년

    금감원이 인사권 재량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불인정
    불공정한 세평 조회로 탈락한 3명 구제…내년 입사
    확인된 은행 채용 비리만 700건이지만, 피해자들은 피해자인지도 몰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이런 날이 오네요. 기자님 금감원에서 연락 받았습니다. 오늘 오후에 이후 절차에 대해 메일 보내준다고 합니다.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당연히 모두 금감원에 입사한다고 하죠"

    금감원 채용 비리 피해자인 정모씨에게 13일 받은 연락이었습니다. 금감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고 1년이라는 지리한 소송 끝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금감원의 내부 절차에 따라 구제 결정이 난 겁니다.

    정씨를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 금감원 채용 비리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된 이후 정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였습니다. 금감원 채용 비리 기사를 쓰면서 "그럼 피해자는요? 피해자는 구제 안할 건가요"라고 금감원에 계속해서 물어왔지만, "피해자들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지 금감원이 먼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말만 무력하게 들어왔던 제가 만난 첫 번째 피해자였습니다.

    당시 통화에서 "금감원 채용 비리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지만 어느 기자 하나 채용 비리로 입사한 사람들을 퇴사시킬 수 있는 내부 규정 등이 없고 피해자 범위도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나라도 소송을 제기해서 알리고 싶었습니다"라는 정씨의 말은 인터뷰 후에도 귓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제게는 피해자 구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채찍이 됐습니다.

    또 다른 채용 비리 피해자 오모씨가 소송에 나선다고 하면서 오씨와도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씨는 금감원에서 탈락한 날들을 잊고 잘 살고 있다가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를 읽고 채용 비리 피해자가 자신임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채용 전형에도 없는 세평 조회로 인해 떨어졌다는 부분에 분개하며 "내가 다니고 싶어했던 금감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전형에도 없는 세평 조회가 갑자기 실시 된 점, 모두에게 이뤄지지도 않았던 점, 그나마 했던 오씨의 세평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던 점이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감사원 감사보고서와 오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금감원이 설마, 설마..."라고 했던 부분들은 모두 법원이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금감원은 인사권 재량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오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인사권 재량이 도를 넘어섰다고 본 것이죠.

     

    정씨와 오씨 모두 직장에 잘 다니고 있었지만, 채용 비리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았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했던 나날들의 꿈이 말도 안되는 세평 조회로 인해 깨졌고, 그 세평 조회는 채용 비리 때문에 실시됐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로 밝혀졌는데도 금감원이 소송 결과를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이들은 그 부당함을 알리고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다시 받고 싶어했습니다. 억울함 때문에 밤잠도 설친다는 그들의 말은 취업준비생 시절의 제가 생각 나 내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지리한 소송이 이어졌고 그 끝에 구제를 받게 됐습니다. 당시 담당 변호사에게는 이들 말고도 많은 채용 비리 피해자가 소송을 할 지 말지 문의를 했고 이 가운데 정씨와 오씨가 엄청난 고민 끝에 결심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오씨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부모님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시죠. 이길 수 없는 싸움 일 수도 있고 제가 다치는 게 아닌지 우려하십니다"라고 말을 했고요.

    구제 통보를 일찌감치 받은 오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부담감을 토로했습니다. "소송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마지막에 질까봐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제가 첫 판결인데 첫 단추가 잘 꿰어져야 나머지 분들도 수월할텐데 압박감이 상당했습니다"라고요.

    그래도 이들은 다행히도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 비리의 '피해자'로 특정지어져 힘들었지만 '소송'도 할 수 있었고 '구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금감원 채용 비리 이후 계속 끊임없이 터져나왔던 은행들의 채용 비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은행별 채용 비리 기소 대상 건수는 KB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고 KEB하나은행 239건, 우리은행 37건, DGB대구은행·JB광주은행은 각각 24건, BNK부산은행은 3건입니다. 확인된 채용 비리만 700건에 이릅니다.

    은행 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의 채용 비리도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립니다. 그 채용 비리 피해자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걸 알지 못한 채 또 다른 채용에 목매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아직도 씁쓸합니다.

    오씨도 "저같은 경우 금감원이 감사원 감사 받는 기관이라 저 인줄 알 수 있었던 게 행운이었죠. 은행 채용 비리는 피해자 특정 자체부터 어려워 자신인 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채용 비리 구제를 받은 이들이 금감원 직원이 되어 성역 없는 검사와 감사를 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 는 선례가 쌓인다면 채용 비리는 줄어들 수 있을까요. 억울함에 밤잠 설치는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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