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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체 불법 '매출 부풀리기'…기술보증기금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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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업체 불법 '매출 부풀리기'…기술보증기금 '구멍'

    기보 '늑장처리'에 애 태우는 벤처기업들

     

    기술보증기금이 벤처업체의 기술력 보다는 매출액 중심으로 운전자금 대출 보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대출이 막힌 업체는 불법적인 '매출 돌리기'를 통해 매출액을 부풀리고 있다. 또 기보의 운전자금 보증처리가 늦어져 피해를 보는 벤처업체들이 늘고 있다.

    ◇ "기술력 보지 않고 매출액으로 운전자금 보증"

    수도권의 A 벤처업체가 최근 기술보증기금에 운전자금 추가 대출이 가능한 지 여부를 묻자 매출이 더 늘어야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업체의 한 임원은 16일 "기보로부터 지금 보다 5억원 이상의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매년 꾸준히 늘 수 없고 경기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 한 데 기보가 기술력을 보기 보다는 주로 매출 기준으로 보증을 서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자 업체들이 이른바 '매출 돌리기'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매출액을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 임원은 "판매업체와 구매업체, 제3의 업체가 매출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방식으로 매출액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매업체가 실제 구매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에 매출계산서를 발급하고 제3의 업체는 구매업체에 매출계산서를 발급하는 식이다.

    제3의 업체는 구매업체에 물품을 납품하지 않고도 구매업체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아 고스란히 판매업체에 내려 보내게 된다.

    업체 측은 "신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 업체들끼리 매출 돌리기를 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기보가 강제 조사권이 없다 보니 현장 평가 등을 통해 허위 매출을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가로 운전자금을 받기 위해 매출액 등 외형적인 부분에 치중하다 보니 실제 기술개발에 대한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신규 창업 업체들이 창업자금을 더 받기 위해 가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새로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매출 실적이 없을 수밖에 없는 데다 타 업체와의 초기 계약 성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보증을 선 규모는 지난해 21조 8천5백억원,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22조 2천5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 "운전자금 집행 늦어져 거래 끊겨"

    벤처업체인 B사는 운전자금이 필요해 지난 9월 초 기술보증기금에 2억여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현장평가를 나온 시점은 한 달이 지나서였고 대출은 10월말에 이뤄졌다.

    2주에서 늦어도 한 달 이내에 자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사업을 진행시켰지만 2달이 지나서야 운전자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결국 납품받은 물품대금을 약속한 시기에 지급하지 못해 거래업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장비 납품업체 가운데 한 곳은 앞으로 거래를 끊겠다는 통보까지 했다.

    업체 관계자는 "회사 신용도에 문제가 없고 대출한도도 넘기지 않아 보증서가 일찍 나올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 속이 새까맣게 탔다"고 밝혔다.

    당시 기술보증기금 해당 지점은 담당기업이 너무 많고 접수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늦어졌다고 업체 측에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운영자금 서류제출 이후 대출까지 40여일이 걸려 애를 먹어야 했다.

    업체 대표는 "연말 운영자금이 부족해 신청했지만 집행이 늦어져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빌려 썼다"고 말했다.

    벤처업체들은 기보의 운전자금 보증심사 기간이 이전보다 3~4배 정도 늘어났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술보증기금 지점 관계자는 "보름 안에 보증서가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접수가 몰리거나 하면 처리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금 집행이 늦어지면 그만큼 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평가인력 확충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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