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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스리랑카인 중실화 혐의…법적 다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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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유소 화재' 스리랑카인 중실화 혐의…법적 다툼 예고

    경찰 "충분히 화재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인데 신고 안 해"
    스리랑카인 변호인단, 즉각 반발하며 기자회견 하기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17억 원 상당의 피해를 낸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풍등을 날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외국인 근로자의 변호인단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로 해 향후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고양경찰서는 17일 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A(27)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화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종합할 때 A 씨가 날린 풍등의 불씨가 저유소 탱크 인근 제초된 건초에 옮겨붙어 탱크가 폭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A 씨가 근무 중인 공사 현장에서 실시한 화재 안전 교육 자료, 공사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저유소 탱크에 인화 물질을 보관하고 있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는 자신이 날린 풍등이 저유소 방면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저유소 방면으로 뛰어가 약 2분간 머물면서 풍등이 탱크 주변에 떨어져 불씨가 옮겨붙은 상황을 충분히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CCTV 영상 및 풍등 낙하를 목격한 위치, 발화된 건초와 거리 등 현장 분석 결과 등이 고려됐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 소지자 등이 참여한 법률 검토 결과, 이러한 상황에서 탱크 폭발 시까지 18분 동안 119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는 화재 발생에 대한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해 중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A 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즉각 반발하고 오는 18일 오후 고양경찰서 앞에서 이주 인권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장 B 씨, 안전부 부장 C 씨, 안전부 차장 D 씨 등 3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前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E 씨를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총 5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해 각각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송유관안전관리법상 안전 관리자인 B·C·D 씨는 위험 방지를 위해 안전관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송유관 등 시설을 관리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탱크 주변 제초작업 후 제초한 풀을 제거하지 않아 불이 옮겨붙기 쉬운 건초가 된 상태로 방치됐다.

    휘발유 저장 탱크 배기구에 설치해야 하는 화염방지기도 일부만 설치됐다. 인화방지망은 관리 소홀로 찢어지거나 건초가 낀 상태로 방치하는 등 화재 위험에 노출됐다. 저유소 순찰 통로 출입문은 잠가놔 평소 내부 상태 확인을 곤란하게 했다.

    경찰은 이로 인해 송유관 위험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고 불이 붙은 풍등이 탱크 주변 잔디에 떨어진 후 18분이 지나도록 화재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대형화재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E 씨는 지난 2014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근무 당시 고양 저유소에 대한 시설 점검을 하면서 휘발유 저장 탱크 환기구에 화염방지기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저유소 측에 시정명령을 했다.

    그러나 E 씨는 화염방지기를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저유소 측에 설치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이행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점검 확인 결과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위법행위가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실화로 화재가 시작됐지만, 저유소 안전 관리에 대한 구조적 문제가 경합해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며 "이를 감안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시설관리 등 전반적 문제점을 개선해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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