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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대표 "EMK의 작품 선정 기준이요. 우리 엄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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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원 대표 "EMK의 작품 선정 기준이요. 우리 엄마죠"

    [노컷 인터뷰] EMK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

    김지원 EMK인터내셔널 대표.

     

    전 세계 뮤지컬계 양대 산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작품이 주를 이루는 한국 시장에서 EMK는 유럽 뮤지컬을 들고 오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몬테 크리스토' 등이 대표적이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어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유럽 뮤지컬을 바라보고, 이곳 작품을 가져와 큰 성공을 거둔 그 시작점에 EMK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가 있다. 많은 이들이 EMK에 묻고 싶은 것 중 하나가 "그 작품이 한국에서 통할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이다.

    이 질문에 최근 만난 김 대표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안 믿는데, '감'이죠." 세상에, 정말 아무도 믿지 않을 답변이다. 무성의하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그가 덧붙인다.

    "정말 그래요. 그냥 '감'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이걸 만들면 우리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데. 내가 엄마에게 '이거 재밌으니 보러 가자'고 할 작품들. 그게 작품 선정의 절대적인 기준이에요. 그 다음은 작품을 잘 만드는 것뿐이죠."

    김지원 EMK인터내셔널 대표.

     

    EMK는 현재 뮤지컬 제작을 하는 EMK뮤지컬컴퍼니(대표 엄홍현), 해외 배급 및 유통을 맡는 EMK인터내셔널(대표 김지원), 배우 매니지먼트를 하는 EMK엔터테인먼트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성공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시작한 EMK뮤지컬컴퍼니가 10년이 되는 지금까지 연이은 성공의 길을 걸었지만, 그 전에 큰 실패를 경험했다.

    "EMK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거나, 아이돌 캐스팅으로 잘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꼿 그렇지는 않아요. 나름 실패의 시간을 겪었어요. 2006년 '다인컬쳐'라는 회사 이름으로 체코 뮤지컬 '드라큘라'를 선보였는데,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김준수.류정한 배우가 나온 것과는 다른 작품이에요. 크게 실패했고, 2009년 다시 준비한 게 EMK죠.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 준비해서 지금까지 왔어요."

    2006년 '다인컬쳐' 때도 그렇고, 2009년 이후 EMK 때도 마찬가지지만, 유럽 뮤지컬을 주목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 중 가져올 만한 작품은 기존의 여타 제작사들이 선점을 한 상황인 '레드오션'이었다.

    "우리는 후발주자에 신생업체였어요. 좋은 작품은 이미 다른 한국 제작사가 다 가져간 상황이었고요. 경쟁 자체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 관계를 뚫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레퍼토리를 하자고 했죠. 일본의 방식을 벤치마킹해, 우리도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럽 뮤지컬을 해보자 했죠."

    김지원 EMK인터내셔널 대표. (사진=한콘진 제공)

     

    어느 지역의 뮤지컬을 갖고 오느냐도 중요한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제작 방식이었다.

    "기존의 해외 뮤지컬을 국내에서 제작하는 방식은 크게 라이선스와 레플리카(복제)로 구분돼요. 레플리카는 배우들의 동선, 분장, 조명, 심지어 포스터까지 모든 게 매뉴얼화 돼 있어서, 100% 그대로 따라해야 해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레플리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게 있죠."

    그는 "작품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레플리카'는 유효할 수 있지만, 비용 면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솔직한 현실이다"며 "해외 스태프가 한국에 오면 항공료, 체류비, 일비, 통역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그 정도면 작품 하나를 만들 정도의 비용이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30억이면 만들 작품인데, 비용이 2배 가까이 뛰는 거다. 그러면 3개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넘길 작품도 6개월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제작사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때문에 EMK는 논레플리카, 또는 스몰라이선스가 되는 작품을 들여오기를 바랐다. 스몰라이선스는 대본과 음악 위주로 가져오되, 제작사에게 재창작 권한을 준다.

    "비엔나극장협회에 우리의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흔쾌히 '우리는 심플하게 음악과 극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너희 정서에 맞게 토착화하는 방식을 하면 좋다'고 했어요.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았죠."

    그는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뮤지컬 '엘리자벳'의 경우 레플리카로 가져왔다면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회상했다.

    "사실 엘리자벳은 한국에서는 영국 여왕 정도로만 알지, 그가 비엔나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오리지널은 헝가리와 비엔나 사이에서 독립 문제 등을 더 강조하거든요. 그들에게는 그게 흥미로운 이슈겠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니라고 봤어요. 포스터도 검정색 큰 부채였는데, 그쪽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하나의 상징이죠. 하지만 우리는 잘 몰라요. 그래서 과감히 포스터 이미지도 바꾸고, 극은 역사적인 부분들 들어내고, 대중이 더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되도록 인물 감정이 돋보이게 수정했죠."

    EMK는 스몰라이선스를 통한 재창작으로 오히려 역수출을 하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대표적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본 제작사 토호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에 의뢰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2006년 일본에서 처음 오르고 2009년 독일에서 짧은 기간 공연했다.

    "우리가 굉장히 수정을 많이 했어요.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려다보니 70%가 바뀌었고, 이 정도면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밤까지 새며 치열하게 회의했어요. 그리고는 '토호'에게 와서 봐달라고 했어요. 우리가 이렇게까지 작품의 생명력 있게 만들려고 업그레이하며 고쳤는데, 이걸 라이선스라고 할 수 있는지 봐 달라 한 거죠. 5번은 부른 것 같아요. 담당자가 보기에도 많이 바뀐 거죠. 결국 토호 대표가 '너희 노고를 인정한다며, 오리지널 제작사로 한 파트를 넣어줄게'라고 했어요. 지금 말은 쉽게 했지만, 이 과정이 3개월은 걸렸어요. 이제 '마리 앙투아네트'는 EMK가 만든 건 아니지만, 전 세계로 나갈 때 원작자로서 권리를 일부 인정받게 됐답니다.(웃음)"

    김지원 EMK인터내셔널 대표.

     

    하지만 모든 뮤지컬을 스몰 라이선스로 제작하는 걸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콘텐츠에 따라 신중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레플리카가 좋다, 논페플리카가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가령 비엔나의 뮤지컬 '댄스 오브 뱀파이어'는 레플리카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건 논레플리카로 하면 흥행하지 못한다는 게 제 판단이었죠. 그 정도로 그들이 만든 버전이 제일 좋고,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한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시발점으로 우리가 만든 뮤지컬을 해외로도 내보낼 수 있다고 꿈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EMK의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와 '웃는남자'이다. '웃는남자'는 일본 토호와 라이선스 공연을 확정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어 "내년 4월 '웃는남자' 일본 공연에서는 우리가 만든 무대세트 콘셉트의 50% 정도를 그대로 살린다"며 "이를 위해 한국 스태프도 일부 일본 공연에 가게 돼 추가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예술의전당 공연영상화사업 '싹(SAC) 온 스크린'을 통해 제작한 영상을 갖고, 해외 공연 관계자 대상의 스크리닝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그는 EMK가 지금의 성장을 이룩하기까지 과정에 '로컬라이징'이 없었다면 안 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EMK가 레플리카만 했다면 '마타하리'와 '웃는남자' 같은 걸 만들 수 있었을까요. 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스몰 라이선스로 재창작 과정을 수년 거치다 보니 재창작과 창작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리는 이 정도면 창작을 해도 되겠다는 노하우가 생겨 '마타하리' 창작을 2015년에 선보이게 됐어요. 5년간 작품들을 하면서 거의 창작과 같은 수준의 작업을 경험해 왔죠. 그래서 창작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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