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청와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일까. 아니면 청와대의 '꼬리 자르기'일까. 대검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이 사건의 성격이 김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비롯된 개인 비위로 규정되는 듯 했으나 급격한 '상황 변화'가 터지면서 청와대의 '꼬리 자르기'라는 시각도 생겨나는 등 판이 복잡해졌다.
김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대사와 관련한 자신의 첩보 보고 때문에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고, 이에 청와대가 즉각 반박하면서 이번 사태가 양측이 타협점을 모색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 양상이 돼버린 것이다.
다만 이같은 예상 밖 시나리오가 전개된 데에는 청와대가 일조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아전인수격인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사진=자료사진)
첫째, 우윤근 주러 대사의 1000만원 뇌물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와 관련해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몇몇 언론은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인용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에 관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우 대사가 과거 건설업자 장 모씨로부터 채용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고,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도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2015년)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며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윤근은 야당 의원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000만원 수령 부분은 당시 검찰이 수사 개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불입건 처리됐다'는 말은 희망사항이었을 뿐 팩트는 아니었던 것이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관련 건은 정식 고소장이 접수돼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수사를 했지만, 1000만원건은 고소,고발 또는 진정서가 접수되지 않아 인지수사 부서가 아닌 조사1부의 몫은 아니었던 셈이다.
청와대가 급한 마음에 제대로된 사실관계 확인없이 허위 사실까지 내놓은 꼴이 됐다.
김 수사관의 일탈 부분은 감찰로 이제 곧 밝혀지겠지만, 김 수사관이 언론 등에 제보한 내용 등은 향후 검찰이 불가피하게 다시 들여다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청와대가 우윤근 대사는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도 뒷맛이 남는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무원과 친족 및 특수관계인만 감찰하게 돼 있지, 국회 인사는 고위직이라고 하더라도 감찰할 수 없고 만약 했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이다"라고 밝혔다.
김태우 수사관의 이른바 '우윤근 첩보' 자체가 불법행위의 결과물이고 불순물이라는 것.
하지만 첩보 생성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우 대사가 대사 하마평에도 오르내렸고, 앞서는 청와대 비서실장 얘기도 나온만큼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특감반원의 역할이 첩보 보고인데, 전 법사위원장 출신의 국회 사무총장에게 비위가 있다면 누구라도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이라며 "첩보 보고서 작성을 불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김 수사관의 '경찰청 방문'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인데 청와대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김 수사관을 몰아부쳤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김 수사관이 자신이 첩보한 사건의 진행과정을 문의한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