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대림절 마지막 주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CBS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절박하게 성탄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철거민들의 아픔을 돌아봤습니다. 최경배 기잡니다.
[기자]
서울 마포구청 앞.
모두의 외면 속에 쓸쓸히 죽어간 한 청년의 빈소가 마련됐습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노모와 함께 힘겹게 살아온 37살의 고 박준경 씨는 이달 초 유서 한장을 남기고 짧은 인생을 스스로 마감했습니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벗어나기 힘든 가난의 굴레 속에서 더 이상 갈 곳 없이 내몰리던 절박한 심정이 담겼습니다.
(故 박준경 씨 유서내용)
"저는 마포구 아현동 575-55호에 월세로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곳도 없습니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밝힌 박씨는 남아있는 어머니를 사회가 돌봐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남겼습니다.
(故 박준경 씨 유서내용)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고 박준경 씨가 살던 곳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중인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입니다.
2000년대 초 아현동 일대가 뉴타운지구로 지정될 당시 2천여 가구가 모여살던 아현2구역은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뉴타운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슬럼화를 이유로 재건축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모와 함께 힘겹게 살던 박씨는 갈 곳이 없어 철거에 저항했으나 3차례 강제집행을 겪으며 삶의 끈을 놓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광남 위원장 /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강제집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잠 못자고 마냥 두렵기만 하고 그런 게 철거민들의 현실입니다. 원주민들이 기본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그런 주거형태의 법규정이 바뀌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소) 마포아현철거민 故박준경 열사 추모기도회 / 17일, 서울 마포구청 앞>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서울시 안에만 30여곳에 이릅니다.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이면에는 숨진 박씨처럼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이들의 눈물이 가려져 있습니다.
[녹취]
김준표 목사 / 촛불교회
“쫓겨나고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의 아픔을 아시고 빼앗긴 이들의 고통과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심을 믿고 이시간 기도로 외칩니다. 주님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이 모든 불의를 심판하여주십시오.”
성탄의 계절에 들려온 철거민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사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는 반대로 향해 가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합니다.
만일 예수께서 오늘 우리 사회에 오신다면 아마도 난방조차 할 수 없는 철거촌의 허름한 가옥에서 태어나셨을 지도 모릅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영상취재 / 최현, 최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