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통과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기대했던 시간강사들이 오히려 실직 위기에 내몰리자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처음으로 부산대 시간강사들이 18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시간강사들의 파업이 전국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현재 경상대, 영남대, 전남대, 경북대, 성공회대, 조선대 시간강사들이 대학 측과 근무조건 등을 안건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경상대, 영남대, 조선대는 단체협상이 결렬돼 대학본부 측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조정이 결렬된다면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보고 있다.
이들 대학 시간강사는 부산대 시간강사들의 파업 돌입 여부를 예의주시해왔다.
부산대 측이 강사법 통과 이후 노조 협의 없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할 수 있는 내부 조치와 교과 개편을 진행해온 점과 노조가 겪는 어려움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부산대 시간강사들은 사이버강좌·대형강좌 최소화, 졸업학점 축소 반대, 폐강기준 완화 등을 단체협약서에 명문화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대학본부 측은 거부하고 있다.
일단 부산대 시간강사들이 파업 물꼬를 튼 만큼 타 대학 시간강사들도 대학 측 태도 변화가 없다면 파업 돌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강사들이 느끼는 파업에 대한 체감도도 예전과 다르다.
특히 시간강사들은 최근 통과된 강사법이 목적과 다르게 현실에 적용되는 아이러니에 분노하고 있다.
2010년 한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이후 8년 만에 강사법이 통과됐지만 일선 대학에서는 정작 대량해고하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 1년 이상 채용, 방학 중 임금 지급, 4대 보험 가입 등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을 느껴 내년 8월 법 시행 전에 시간강사를 대거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강사들은 그동안 대학이 헐값에 부려먹고 이제 인건비가 좀 든다는 이유로 내팽개치는 행태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김득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시간강사 구조조정 문제는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이며 대학 측의 대량해고 시도에 분노하는 시간강사가 많아 연쇄 파업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듯 분노한 시간강사들은 많지만,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노조가 있는 대학은 전국에서 10곳밖에 없는 상태다.
전국 대학에 약 7만명 시간강사가 있지만, 임용 기간이 4∼6개월 정도로 짧고 고용도 불안해 노조 조직률은 3%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