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 중인 노조의 생산라인 점거로 공장 가동이 1시간가량 중단됐다면, 그동안 발생한 손해액이 있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32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내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회사가 단체교섭 요청을 거절하자 2010년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9일 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을 점거했다. 이 일로 공장 생산라인의 가동이 약 55분간 중단됐다.
현대자동차는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해액과 당시 대치 상황에서 직원이 다친 데 대한 치료비를 배상받아야 한다며 노조원들에게 5천67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심은 직원 치료비 640여만원의 절반인 320만원을 노조원이 부담해야 하지만, 나머지 5천여만원의 손해액은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날 점거 외에도 설비 오작동으로 인해 100분간, 장비 고장으로 45분간 각각 가동 중단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2심은 "생산량 저하가 오직 쟁의행위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고, 저하된 생산량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쟁의행위 때문인지도 특정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특정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한 '쟁의행위로 발생한 생산량 저하'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공장의 생산량은 당시 1시간당 63대로 정해져 있다"며 "작업시간대별로 생산량이 달라진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생산량이 가동 시간에 비례해 결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원심은 쟁의행위로 가동이 중단된 55분 동안 자동차가 생산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심리해 손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