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있는 수험생들. (사진=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강릉 펜션 사고를 계기로 교육 당국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능 뒤 '공백기'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대입에 방점이 찍힌 현실과의 간극을 좁힐지가 과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수능 이후 한 달여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부총리 주재로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도 열렸지만, "이른 시일 내로 학기 말 학사 운영 현황에 대해 전수 점검하고,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수능 후 학사관리 대책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도가 현재까지의 논의 결과다.
사실상 '대입'에 고3의 학사운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포스트 수능' 시점에 학교가 어떤 교육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의 지점은 비슷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수능 이후 정시 진학 지도에 바쁜 학교가 학생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끌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직접 또는 각 학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3 학생들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3의 학습 진도를 조정해 수능 진도가 끝나더라도 더 배울만한 내용을 남겨두고 학업이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도 교총의 제안이다.
다만,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출석을 담보하기도 어렵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말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박동익 교사는 "교육부 발표는 결국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운영하란 건데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에선 강사를 초빙해 새내기 유권자 연수를 듣게 하거나 박물관 현장답사를 가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일부 학생들은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학생 대부분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이 끝나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에 나와야 할 이유,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도 방학도 아니고, 뭘 해도 관심을 끌어내기 어려워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법정 수업일수 190일'을 현실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고3에 한해서는 수업일수를 좀 단축해줄 필요가 있다"며 "물론 이같이 학교가 고3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준 등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 더 이상 학교에 나올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생겨나는 학년 말의 혼란이 결국 우리 교육의 현주소"라며 "근본적으론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