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논의가 본격 시동을 걸었지만, 찬물을 끼얹는 자유한국당과 복잡한 셈법에 고민을 거듭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얽히면서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는 20일 선거제도를 다루는 제1소위를 열어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과 바람직한 의원 정수 등 선거제도 개혁 의 8가지 세부 의제에 대해 첫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 개혁 논의에서 소극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집중 제기했다. 한국당은 이날 전투력이 강한 장제원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면서 전열 정비에 나서기도했다.
장 의원은 이날 정치개혁 소위에 처음으로 참석해 "국회의원 정수 늘리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도 같이 해야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더 완벽한 승자독식인 대통령제 선출 방식이 함께 논의되는 것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개헌문제도 언급했다.
한국당 소속 정유섭 위원도 소위 모두 발언에서 "저희들이 검토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제가 (연동형비례제와) 맞느냐하는 문제, 의석이 늘어나는 문제에 국민이 동의할 것이냐 등 의견이 저희당에서 집약됐다"며 "저희 당 이야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 의원은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찌 보면 국회의원 간선제"라며 "국민이 직접 뽑지 않은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것을 국민이 정치적으로 봐줄지 의견도 있다"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개특위 1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소위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입장은 기본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라며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부작용을 집중 제기하면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논의 지연 작전에 본격 시동을 건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도 이날 야3당이 주장하는 비례성 강화에는 공감대를 나타내면서도 절충형인 '한국형 연동형 비례제'를 재차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은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의석수의 비율, 공천제도의 불투명성 등 한국적 상황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비례대표 의석과 지역구 의석 배율에 따라 분배하는 한국적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준연동형 제도'도 언급됐다"며 "연동적 배분을 하되, 2분의 1까지만 하고, 나머지 비례 의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당도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아닌 제3의 절충방식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의회 다수당이 필요한 대통령제의 숙명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의 고민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요구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주장에 적지않은 수정을 요구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또 이날 의견 수렴을 위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당내 토론회를 개최하며 대안찾기에 골몰하는 모습도 보였다.
회의에는 자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 포함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서울대 강원택, 아주대 문우진 정치학 교수가 함께했다.
토론회 이후 김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분위기는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이견은 거의 없었다"면서도 "국정운영의 구도(권력구조)와 조응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좋은데 현실 운영되면 예상 못하는 부작용에 교착 정국에 빠질 가능성을 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정당 지지율에만 연동시킨 비례대표제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토론회에 이어 26일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의총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당내 공론화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