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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왜 그렇게 다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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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왜 그렇게 다뤘을까

    [현장] '언니' 언론 시사회
    지적 장애 있는 미성년자 성 착취 장면 과도해
    임경택 감독 "사실 재구성한 것… 여성성의 상업화 부분 최대한 배제 노력"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언니'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오른쪽은 임경택 감독 (사진=TCO㈜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언니'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새해 1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언니'(감독 임경택)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 분)를 찾아 나서는 전직 경호원 인애(이시영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로 복싱 등 다양한 운동에 능한 이시영이 대역 없이 다양한 액션을 소화했다는 점이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라진 동생이 겪은 일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복수에 나서는 주인공 서사가 대부분 그렇다고는 하지만, 후반부 인애의 응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은혜가 몇 배로 더 고통받는 느낌이었다.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니'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임경택 감독, 이시영, 박세완, 이준혁이 참석했다.

    5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이시영은 "감독님들은 화려한 카메라 앵글, 빠른 커트보다는 풀샷에서 볼 수 있는 리얼한 액션을 원하셨다. 사실 배우가 연기할 땐 대역이 도와주시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강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그런 부분(대역 없이 하는)에 대해 걱정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이시영은 "전체적인 액션의 호흡을 (제가) 가져간다는 데에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면서 받아들이게 되고, 어떻게 보면 이것도 하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고, 대역 없이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시영은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기술로서 '주짓수'를 많이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액션이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도록 주짓수 열심히 했다"며 "(인애는) 살인이 목적이 아니고 동생을 구해야 하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한 거라, 화려한 무기와 현란한 액션은 없었다. 그 상황 하나하나를 헤쳐나가는 악이나 분노가 (액션 연기에서) 보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여성 원톱 액션물이 드문 상황에서, 이시영이 생활 밀착적인 액션을 훌륭하게 소화했기에 관련 질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선정성, 폭력성 문제를 제기하는 반응도 많았다. 극중 지적 장애를 가진 은혜가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나오는 점, 인애가 온몸을 던져 액션을 소화하면서도 밀착되는 짧은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은 점 등이 지적됐다.

    '언니'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은혜 역을 맡은 박세완, 오른쪽은 사라진 동생을 찾아 나서는 인애 역을 맡은 이시영 (사진=TCO㈜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미성년자 여성이 성적으로 희롱당하는 이야기를 굳이 다뤄야 했느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요즘 상황에선 되게 예민한 질문일 수 있는데, 여성성의 상업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다. 표현 수준과 방식도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했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상업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극중 인애의 차림을 두고는 "붉은색의 짧은 치마가 초반, 후반에 다르게 보일 것이다. 초반에는 기존에 가진 통념상의 여성성으로서의 표현이라면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붉은색 의상이 강함, 깨뜨림, 저항 이렇게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초반에 보이는 건 기존 우리 사회가 가진 왜곡된 여성성이다. 초반 여주인공이 도착할 땐 로우 앵글에서 짧은 치마와 다리가 부각된다. 기존의 잘못된 남성성이 바라보는 여성성의 모습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게 극복되고 잘못된 남성성을 부숴나가는 모습으로 전환되길 바라서 그런 표현을 썼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상업적으로 야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관객을 모으려는 장치로 쓰인 게 아니다. 변화되고 깨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반부에 기존 시점의 여성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다룬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없었던 얘기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실을 가져와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감독의 설명에도 의문을 품는 반응이 뒤따랐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영화 속에서 지나치게 자세하게 다뤄져 자극적인 부분이 많은데, 어떤 면에서 상업성을 배제했다고 하는 것인지 재차 확인하는 질문이 나왔다.

    임 감독은 "여성이 압박받고 피해자로 보이는 것, 짧은 치마와 붉은색 옷이 가진 기존 이미지가 불편하게 느껴질 텐데 (한편으로)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5년 전에만 나왔다고 하더라도 제가 이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 텐데, 이제 불편하게 느끼지 않나. 이런 불편함이 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불편함을 전부 배제시킬 수 있었고, 더욱더 강하게도 보여줄 수 있었지만 표현 방식 자체는 많이 유연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연출자 입장에서는 상업화를 조금 벗어나려고 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언니'는 2019년 1월 1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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