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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일째 파인텍 굴뚝농성...아빠가 꼭 이겨서 내려갈게"

사회 일반

    "408일째 파인텍 굴뚝농성...아빠가 꼭 이겨서 내려갈게"

    파인텍 두번째 고공농성..세계 최장기
    폭염에 62도까지, 겨울엔 씻지도 못해
    회사 살리겠다 했는데..."먹튀자본"
    2016년 합의 이행하라, 끝까지 싸울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홍기탁(파인텍 노조 전 지회장)

     


    오늘이 12월 24일이고 내일이 크리스마스입니다. 오늘 뉴스쇼에서는 지금 우리의 마이크가 꼭 필요해 보이는 한 곳을 연결하려고 합니다. 바로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인데요. 그 높은 굴뚝에서 408일째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뒤에 고공 농성을 시작했는데 오늘이 408일째. 세계 최장기 기록이 됩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요. 현재의 최장기 기록 408일 역시 이 회사의 동료가 가지고 있단 사실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75m 굴뚝 위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홍기탁 전 파인텍. 여기는 섬유 회사입니다. 파인텍 지회장입니다. 홍기탁 선생님, 나와 계세요?

    ◆ 홍기탁>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홍기탁입니다.

    ◇ 김현정> 안녕하신 거 맞으세요?

    ◆ 홍기탁> 안녕하다고 인사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오늘 12월 24일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세계 최장기 기록 408일 기록을 오늘 세우는 거고 내일 크리스마스 당일은 그 기록이 깨지는 날이 되는 거예요?

    ◆ 홍기탁> 네, 그렇습니다. 이게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건지. 어쨌든 오늘 상당히 마음이 안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작년 11월 12일에 그 위를 올라가신 후에 한 번도 안 내려오신 거예요?

    ◆ 홍기탁> 그렇죠. 안 내려갔죠.

    ◇ 김현정> 제가 지금 그 고공 농성하는 곳을 여러분들한테 화면으로 보여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굴뚝 위의 장소라는 게 어떤 건지 이해가 아마 잘 안 되실 텐데. 그러니까 동그란 굴뚝이 있고 그 가장자리 공간에다가 천막을 치신 거죠?

    ◆ 홍기탁> 75m (굴뚝) 제일 꼭대기에 있는 건데요. 실질적으로 사람이 행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80cm 정도 됩니다.

    ◇ 김현정> 폭 80cm. 그러면 두 분이 다 발뻗고 누울 정도는 되는 겁니까, 그 공간이?

    ◆ 홍기탁> 딱 그 공간이 나옵니다. 움직이지를 못하죠. 그러니까 이게 원이지 않습니까? 원으로 돼 있기 때문에 둘레가 한 18m 정도 돼요. 그래서 저희들이 이 위에 천막을 치고 비닐을 치고 자는 공간을 만든 공간이 한 6m 정도 됩니다. 그속에서 저희들이 생활을 하고 있죠.

    ◇ 김현정> 그럼 밥은,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 홍기탁> 밥은 75m 위에서 줄을 내립니다.

    ◇ 김현정> 줄로 역시...

    ◆ 홍기탁> 줄을 내리면. 그래서 무거운 건 올릴 수가 없어요. 위에도 체력이 자꾸 소모되고 있고. 끌어올려서 사용하고 먹고 있습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그러면 씻는 건 어떻게 하십니까? 밥이야 올린다 치더라도.

    ◆ 홍기탁> 여름 때는 2L, 우리가 아는 생수통 두세 개가 올라옵니다. 그러면 이틀을 모으면 6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걸 가지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겨울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이 샤워를 못 하고요. 씻지도 못합니다, 사실.

    ◇ 김현정> 너무 차니까요, 물이. 좀 데워서 올리면 안 되나요?

    ◆ 홍기탁> 데워서 올려도 바깥에 나가버리면 그냥 얼어버립니다.

    ◇ 김현정> 지금 날씨에는...

    ◆ 홍기탁> 그래서 물티슈로 보통 몸을 닦는 정도까지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일단 지난여름을 생각해 보면 엄청 더웠거든요. 그런데 뭐 씻는 건 일단 둘째치고 그 75m 상공에서 천막 하나에 의지해서 어떻게 버티셨어요?

    ◆ 홍기탁> 그러니까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가장 힘든 게 일단은 저녁이라도 수면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너무 더워서.

    ◆ 홍기탁> 워낙 더워서 굴뚝 위에 가장 많이 올라갔을 때가 62도 정도까지 올라갔었거든요. 그래서 그늘이 생기는 그 부분에서 버티고 있었죠. 계속 땀은 흐르고. 그렇더라도 저녁에 잠깐 샤워하고. 그 기운으로 사실 버틴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이미 추워요. 오늘 아침도 서울이 영하 5도라고 하고 굉장히 추운데 괜찮으세요?

    ◆ 홍기탁> 작년 겨울 같은 경우에는 1월달에 여기가 가장 최저 기온이 영하 21도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다가도 중간에 일어나야 됩니다. 왜 그런가 하면 핫팩을 저희들이 침낭 안에 넣고 잠을 청하게 되는데 핫팩이 그렇게 오래 가지를 않습니다, 여기가 워낙 추워서. 4시간 정도, 5시간 정도 되면 핫팩의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서 핫팩을 다시 열을 올려서 놓고.

    ◇ 김현정> 그걸로 데우고.

    ◆ 홍기탁> 그렇게 지내고 있었죠, 사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도대체 왜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건가. 이게 핵심인데 이게 궁금하실 거예요. 우선 그 회사 히스토리가 굉장히 깁니다. 제가 잠깐만 설명을 좀 요약을 해서 드리자면. 그러니까 원래 홍기탁 전 지회장 다니던 회사가 한국합섬이란 섬유회사였던 거죠?

    ◆ 홍기탁> 그렇죠.

    ◇ 김현정> 그곳을 2010년에 스타플렉스란 곳이 인수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만에 경영난을 이유로 회사를 폐업해버립니다. 그게 언젭니까?

    ◆ 홍기탁> 2013년 1월 3일입니다.

    ◇ 김현정> 이것을 직원들은 위장 폐업이라고 보고 그때부터 농성에 들어간 게 바로 1차 고공 농성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때 스타플렉스가 아, 그러면 자회사 파인텍이란 곳을 만들어서 여러분 다시 일하게 해 주겠다. 그래서 408일 만에 내려오셨던 거잖아요.

    ◆ 홍기탁> 그렇죠.

    ◇ 김현정> 그때도 워낙 세계 기록이었기 때문에 언론이 다 보도를 했고 여러분도 그래서 아, 잘 해결이 됐구나라고 알고 계셨는데. 그럼 해결 다 된 거 아니었습니까?

    ◆ 홍기탁> 사실 저희들 싸움이 상당히 깁니다. 한국합섬 때 공장이 파산되고 5년을 지키는 과정 속에 스타플렉스 김세권 자본이 들어와서 인수를 하게 되는데요. 저희들이 물어봤습니다. 이거 흑자를 보려면 5년 이상을 (공장을) 돌려야 되는데 그래도 돌리겠느냐 하니까 돌린다는 거예요.

    ◇ 김현정> 버틸 수 있겠느냐. 5년은 돌려야지 적자 면할 텐데. 그런데 할 수 있다는 거예요.

    ◆ 홍기탁> 그렇죠. 그렇게 해서 노동조합, 고용, 단체 협약서까지 다 체결한다고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들어온 자본인데 그렇게 해서 인수하고 나서 그것을 인수한 이름이 스타케미칼로 바뀐 거죠, 한국합섬에서. 그러다 2013년에 1년 9개월 딱 돌리고 1월 3일날 폐업 청산을 얘기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때에 대한 이 김세권 대표 측 입장은 위장 폐업이 아니고 진짜로 회사 경영난이 심각해서 할 수 없이 폐업한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 홍기탁> 저희들이 얘기하는 것은 먹튀 자본이라고 얘기했던 거죠.

    ◇ 김현정> 먹튀다?

    ◆ 홍기탁> 왜 그러냐 하면 한국합섬을 인수했을 때 스타플렉스가 김세권 자본이 399억에 인수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한국합섬이) 당장 팔더라도 기계 그리고 고철, 땅을 분리해서 팔더라도 700억, 800억이 나오는 공장이었어요.

    ◇ 김현정> 한국합섬이.

    ◆ 홍기탁> 그렇죠. 그런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인수한 겁니다, 사실. 애초에 먹튀를 하기 위해서 들어왔다. 저희들이 이렇게 주장했던 거예요.

    ◇ 김현정> 노동자들은 우리 회사 한국합섬을 살려 보려고 5년을 그걸 버티면서 투자자를 찾고 있었는데 들어온 자본이 정말 이 공장을 살리려고, 노동자들 살리려고, 회사 살리려고 하는 자본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조만간 팔고 매각하고 나가려고 먹튀하려고 하는 자본이었다고 결론을 내신 거군요.

    ◆ 홍기탁>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그건 그렇게 할 수 없다 해서 고공 농성 들어갔던 게 지난 2015년이고 408일 만에 그러면 다시 당신들 고용하겠소 해서 합의가 돼서 내려오신 거잖아요.

    ◆ 홍기탁>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저희들은 가는 공장도 12월 말에 알게 됩니다. 합의서에는 2016년 1월 1일부터 돌리는 걸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저희들이 계속 전화를 해 보고 했었는데 마지막에 가르쳐준 게 12월 30일이었습니다. 이틀 전에 가르쳐줍니다.

    ◇ 김현정> 어디로 가라고...

    ◆ 홍기탁> 그렇죠. 장소 여기니까 이리로 와라. 그래서 저희들이 1월 4일날 가게 되는 거예요. 2016년 1월 4일날 처음에 딱 가니까. 이 공장이 거의 뭐 완전히 외딴 지역, 산밑이었고 저희들이 생활해야 될 기숙사를 가보니까 거의 처참했습니다, 말 그대로.

    ◇ 김현정> 어떤 식이었길래요?

    ◆ 홍기탁> 창문은 너덜너덜하지, 밑에는 전기 판넬인데 전기 판넬이 절반은 고장나 있었고 벽면은 거의 도배지가 곰팡이가 슬어서 살 수가 없는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이 공장을 돌리려고 신설 법인을 설립한 게 정확하게 아니라는 거예요. 형식적으로 합의서를 만들고 노동조합을 그냥 파기시키기 위해서 기획적으로 작전을 쓴 거다. 이렇게 판단이 돼요.

    ◇ 김현정> 일부러 폐허 공장 하나에다 합의 지키는 것처럼 넣어놓고 스스로 그냥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게끔 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느냐라고 지금 보고 계시는 거예요?

    ◆ 홍기탁> 이 조건에서 이렇게 돌리면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실사는 어떻게 되냐. 다 물어볼 거 아닙니까. 밥을 한 끼만 준다는 거예요. 기숙사 생활하는데. 그 주위에 식당도 없습니다.

    ◇ 김현정> 주변에 식당이 없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밥은 한 끼라고요?

    ◆ 홍기탁> 한 끼 준다는 거예요. 그러면 나머지 밥은 어떻게 처리하느냐. 우리가 알아서 나가서 사먹으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거 가지고 일주일을 싸웠어요. 일주일을 싸우니까 한 끼만 더 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들은 두 끼만 먹고 한 끼는 굶으면서 생활을 했고요. 또 더 중요한 것은 1월달 안에 단체 협약서를 체결하는 걸로 합의서가 돼 있습니다. 2016년 1월 29일날 첫 상견례가 있고 난 다음에 2월 초에 본교섭 1차 교섭 때 대표 이사가 하는 말이 공장 더 이상 돌릴 수 없다, 적자다, 문을 닫아야겠다. 첫 교섭에서 나와서 한 얘기가 이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그 공장에는 몇 분 계셨어요?

    ◆ 홍기탁> 8명인데 1명은 공장 감독.

    ◇ 김현정> 7명 가지고서 회사 만들어서 섬유 공장을 돌린다고 하는 계획이었던 거예요, 애초부터?

    ◆ 홍기탁> 그러니까 이게 처음부터 이들은 우리가 그렇게 주장을 많이 했는데도 사실 돌릴 생각이 없었으니까, 애초부터. 왜 그런가 하면 우리가 2016년 1월 17일부터 사실 공장이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그걸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어요, 그 일을. 그런데 딱 보름 지났는데 첫 교섭 때 하는 얘기가 적자 나니까 공장 문 닫는다는 거예요.

    ◇ 김현정> 결국 그렇게 해서 다시 2명의 노동자가 고공 농성에 들어간 게 지난해 11월, 408일 전이 되는 겁니다, 여러분. 이제 지난 이야기들이 다 설명이 이해가 되시죠? 홍 선생님. 지금 가족,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혹시 되나요?

    ◆ 홍기탁> 저는 애가 3명이고요. 고1, 중1,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통화는 자주 하는 편이고요. 영상 통화하면 막내는 재롱도 부리고. 그래서 애들이 워낙 또 밝은 애들이기 때문에 잘 이해하고 올라와 있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걱정도 많이 해 주고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겠다. 이런 말씀하시면서도 구미에 있는 가족들한테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있으셨을 텐데요.

    듣고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이. 이제 방학해서 아마 다 듣고 있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메시지 뉴스쇼 통해서 씩씩하게 아빠 괜찮다고 한마디 전하시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렇게 전하면서 인사 나눌까요?

    ◆ 홍기탁> 네. 내일은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고 엄마한테 꼭 선물 사달라고 졸랐으면 좋겠고 아빠가 힘있게 내려가서 땅을 밟고 내려갈 테니까 아빠 모습 볼 때까지 아주 자신감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고 기다려라. 아빠가 이겨서 내려간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아무쪼록 잘 해결돼서 세계 기록은 이렇게 해서 이왕 깨지게 됐습니다마는 더 이상 이 기록이 길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 홍기탁>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목동 열병합발전소 위에서 408일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파인텍의 전 지회장입니다. 홍기탁 지회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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