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유가족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24일 태안화력발전소 작업중 숨진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는 각 당 대표들을 만나 "법안이 통과 안 되면 우리 아들들 또 죽는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의 통과를 간절히 호소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찾아 하청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안 통과를 요청했다.
김씨는 민주당 이 대표를 만나 "대기업의 실체를 정말 모르고 살았다. 정말 열악하고 위험하고 국민들이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던 게 너무 많다"며 울먹였다.
이어 그는 "엄마들한테는 세상에서 바꿀 수 없는 애들이다. 그 애들 다 살려야지요. 저는 비록 우리 아들은 갔지만 저 같이 또 아픔 느끼지 않고 살길 바랍니다"며 법안 처리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김씨는 "나라 기업이라면 시청, 동사무소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기업보다 낫겠지, 그런 생각했는데 너무 열악했다. 내가 저런 데를 믿고 보내줬나. 조금이라도 더 애한테 관심을 가졌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자책감이 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기도 했다.
이어 "자식 가진 부모라면 다 알겁니다. 자기 자식 얼마나 귀중한지. 아무도 그런 데 못보냅니다. 도와달라. 이번에 법안 제대로 통과안되면 우리 아들들 또 죽습니다. 또 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아프거든요"라며 여야 대립에 막힌 법안 처리를 재차 부탁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선 어머니는 "원청과 이 나라 돈 있는 사람들 권력 있는 사람만 살 수 있는 나라입니까. 비참하게 짓밟히고 마구 휘둘려도 됩니까.우리도 인간입니다"라며 수차례 울먹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 대표는 "정부 원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가 과반수가 안되기에 절충할 수밖에 없는 조항들도 있다.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정 안되면 비상대책을 강구해서 아드님 죽음의 의미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기도 했다.
앞서 만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또한 "한국당이 이 법 통과되면 나라 망한단 말 듣고 정신을 한참 못 차렸구나. 대기업들 보호하다가 젊은 자식들 다 보내고도 이렇게 하다간 국회가 망하는 겁니다"라며 "어떤 국민들이 그를 인정할까. 오늘 또 오셔서 어머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식으로 어깃장 놓고 법안 통과 막는 일이 있을 수 없다"고 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에 대해 비판했다.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현재 국회에는 정부가 낸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의원들이 낸 일부 개정법률안이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에 열린 소위에서 법안 쟁점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커 법안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이날 오전 김씨의 어미니를 앞에 두고 "정부안이 1달 전에 제출됐지만 법안이 워낙 방대해서 오늘 내일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회에 제출된 80여건 법을 일단 통과시키고, 산업안전법 개정안은 다음회의 때 처리하겠다"고 법안 처리 연기 입장을 강조한 이유도 여깄다.
한국당 김 위원장도 "법 자체를 두고 필요한 조항만 개정하자는 입장이 다른 거 같은다"며 "앞서 말한대로 원청 기업 책임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 약간 차이 있는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입장은 같이 가자는 거 아닌가 싶다"고 확답을 피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과 재계는 위험작업의 도급 금지와 원청의 책임 강화 등 조항이 산업계의 책임과 처벌을 무한정 강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규제 조항에 있어서도 위험물질이라는 이유로 정부 승인하에 산업체가 다루는 물질이 공개되면 영업상의 비밀이 새어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야당은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의 어머니는 각 당 대표와 함께 법안 처리가 진행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회의실도 직접 찾아, 눈물의 호소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씨는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만나 "위험의 외주화는 국가에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본다. 어느 누구도 이거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죠?"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어머니 김미숙씨의 아들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 석탄 이송 기계에 끼어 숨졌다.
노동계는 사망한 김씨가 제대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했고, 2인1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혼자 근무하다 참변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원청사가 직접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한 정황도 나와, 원청사인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다고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