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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 산타 대신…성탄절에 고공농성 신기록

사회 일반

    굴뚝에 산타 대신…성탄절에 고공농성 신기록

    24일 차광호 지회장 굴뚝농성기록 408일 경신
    오체투지‧단식에도 모기업은 묵묵부답
    파인텍 공동행동 "한국사회 노동 인권 오명의 날"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 고공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성탄절인 25일 굴뚝 농성 최장 기록이 새로 쓰였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오른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이날로 409일을 맞으면서다.

    앞서 파인텍 차광호 지회장이 2015년 경북 구미에서 세운 굴뚝농성 기록인 408일을 넘긴 것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이 이들에 의해 경신된 것이다.

    이날은 지난해 11월 파인텍 박준호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굴뚝에 오른 뒤 맞는 두 번째 성탄절이다.

    폭염과 태풍, 한파를 겪으며 고공농성 기록이 경신되는 사이 박 사무장은 몸무게가 50kg 가까이 달할 정도로 야위었다. 좁은 공간에서 1년 넘게 생활한 탓에 목과 허리를 비롯한 통증도 달고 산다고 한다.

    홍기탁 전 지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408일이라는 기록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며 "단지 그 긴 시간동안 싸움을 하면서도 합의된 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힘없고 소외된 노동자들의 삶이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는 2010년 한국합섬을 인수하며 고용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돌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거 정리해고 했다.

    이에 반발해 2014년 차광호 지회장의 굴뚝농성이 시작됐고, 408일의 고공농성 기록에 부담을 느낀 사측이 노조와 극적으로 합의를 맺으면서 농성이 끝났다.

    당시 스타플렉스와 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고용승계와 기존의 단체협약 유지를 약속했지만, 8개월만에 사측이 단체협약 수용을 거부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다시 굴뚝 농성을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 굴뚝농성이 408일을 맞게 하지 않겠다며 파인텍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부터 스타플렉스가 위치한 목동 CBS건물까지 4박 5일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을 하며 아스팔트에 몸을 던졌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차광호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고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송경동 시인 등도 연대 단식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2일 굴뚝농성장을 찾아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사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며 해결은 난망한 상황이다.

    16일째 단식 농성 중인 차 지회장은 "나도 408일을 굴뚝에 있었으니 위에 있는 동지들이 걱정이다"며 "굴뚝에서 내려와 보니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도 했고 사회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박준호‧홍기탁 두 사람은 그 시간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가 즐거웠으면 좋겠지만 우리를 포함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 18일 서울 목동 스타플렉스 앞에서 제사회단체 대표자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및 투쟁계획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파인텍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스타플렉스(파인텍) 공동행동'은 전날 성명을 내고 "12월 24일은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 기록인 408일이 그 당사자들에 의해 깨진 한국사회 노동인권의 오명의 날"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과 함께 서울 목동 에너지공사 굴뚝농성장을 방문해 박준호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에 대한 긴급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연내 해결을 위한 투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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