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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

    클럽이 된 극장…금기에 도전한 '금란방'

    창작가무극 '금란방'.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극장이야, 클럽이야. 입구에서부터 혼란스럽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관람객이 클럽 팔찌를 착용하는지 체크하는 인원이 있다. 이들은 이미 음악에 취해 몸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남녀 다수가 보인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이 한복을 입고 있다는 것뿐.

    지난 18일부터 서울예술단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가무극 '금란방'. 여기서 금란방은 18세기 조선 최고의 힙플레이스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다. 극은 이 '금란방'을 중심으로 금기된 것을 깨는 이야기를 하는 유쾌 소동극이다.

    창작가무극 '금란방'.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18세기 조선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금주령과 전기수였다. 영조는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일환으로 금주령을 시행했다. 이때 밀주 단속반 이름이 금란방이었다. 극은 단속하던 수사대의 이름을 역설적으로 금기가 허용된 공간으로 만드는 비틈을 선보인다.

    전기수는 소설을 읽어주는 전문 낭독가이다. 당시 민간에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궁중에서 금기시하는 연애소설을 재미있게 읽어달라는 왕의 호통에 전기수에게 비법을 배우러 간 서간관리자 김윤신은 금란방에서 도성의 유명한 전기수 이자상을 찾아간다. 사대부의 체면은 있어 있는 그대로 찾아가지 못하고, 딸의 장옷을 훔쳐입는데, 이 모든 상황이 권력을 풍자하는 요소이다.

    여기에 얼굴도 모르는 정혼자와 억지 결혼을 해야 하는 김윤신의 딸 매화는 스트레스를 풀러 금란방을 찾고, 몸종 영이는 주인아씨를 위해 그녀의 정혼자 윤구연에게 '장옷을 입고 있을 테니 금란방에서 보자'는 편지를 보낸다. 정혼자 윤구연은 장옷을 걸친 여인을 만나기 위해 금란방을 찾는데, 장옷을 입은 사람은 매화가 아닌 아버지 김윤신이다.

    창작가무극 '금란방'.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이 꼬일 대로 꼬인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소동 속에는 허를 찌르며 시대를 풍자하는 전형적인 몰리에르식 희극을 연상케 한다. 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 극작가이자 배우로 '타르튀프', '돈 후안', '인간 혐오자' 등 성격희극으로 유명하다.

    이야기 중 가장 큰 금기는 성과 결혼에 대한 것이다. 유명 전기수 이자성은 사실 남장 여성. 그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여성의 의식을 깨우는 인물이다. 박해림 작가는 "조선시대에 금기로 된 것 중 지금까지 금기로 남은 게 무엇인가 생각해봤을 때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된다였다"고 프레스콜에서 밝힌 바 있다. 공연은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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