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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실망' 2018 韓 야구, 더 이상 시행착오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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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실망' 2018 韓 야구, 더 이상 시행착오는 안 된다

    지난 9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병역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운찬 KBO 총재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 이한형기자

     

    2018년 한국 야구는 웃지 못했다.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로 '국민 스포츠'의 위상이 흔들렸다. 프로야구는 성 추문과 뒷돈, 폭행, 음주 등의 파장으로 관중이 감소했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자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야구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많았다.

    내년에도 한국 야구의 앞길은 밝아보이지 않는다. KBO 각 구단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현안 해결이 쉽지 않은 데다 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도 난항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8년 한국 야구를 결산해본다.

    ▲총재 취임사가 무색했던 2018년 KBO

    올해 한국 야구, 특히 KBO 리그의 출발은 희망차 보였다. 1월 3일 7년 동안 KBO를 이끈 구본능 총재가 물러나고 자타공인 야구광인 정운찬 신임 총재가 취임했다. KBO 최초로 총재 이·취임식이 열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운찬 시대'가 시작됐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 총재는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거물급 인사에 야구에 대한 열정까지 한국 야구를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정 총재도 취임사에서 "KBO 리그가 그동안 각종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철저한 시스템을 구축해 신뢰와 위상 제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스타들도 기대감을 키웠다. 박병호(넥센), 김현수(LG), 황재균(kt) 등 MVP급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역대 최다 관중 경신은 떼논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KBO 리그는 시즌 초반부터 잇딴 악재로 흔들렸다. 특히 넥센발 뉴스가 충격을 안겼다. 2월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기 혐의로 법정 구속된 데 이어 5월 마무리 조상우, 주전 포수 박동원이 성 추문에 휩싸였다.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것인데 쌍방의 진술이 달라 무혐의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원정 숙소에서 음주와 성 행위를 벌인 것은 사실이라 비난이 컸다.

    여기에 넥센은 그동안 대형 트레이드에 뒷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무려 130억 원이 넘는 액수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신인 안우진이 고교 시절 후배를 때려 받은 징계는 오히려 작은 이슈였다.

    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실격된 이태양(왼쪽),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KBO 리그는 시즌 뒤에도 각종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2015년 경기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된 문우람(전 넥센), 이태양(전 NC)이 최근 승부 조작을 한 선수들이 더 있다며 실명을 거론해 파문을 일으켰다. 거명된 선수들이 펄펄 뛰며 음해일 가능성이 커졌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NC와 kt는 트레이드 과정에서 해당 선수의 과거 음주 전력을 밝히지 않아 징계를 받았다. KBO에는 잇딴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총재의 의욕 넘치는 취임사가 무색했던 KBO의 2018년이었다.

    ▲오지환 논란, 기름 부은 국회와 KBO 총재

    하지만 무엇보다 올해 한국 야구를 강타한 사건은 '국보급 투수'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사퇴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했던 선 감독은 현재 한국 야구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7월 선임된 선 감독은 그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까지만 해도 호평을 받았다. 와일드카드를 배제하고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해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에서 큰 파문을 낳았다. 금메달을 위해 최강의 멤버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오지환(LG), 박해민(삼성) 등 병역 연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선수들을 선발했다. 특히 6월 최종 명단 발표 이후 오지환이 부진에 빠지고 아시안게임에서 정작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아시안게임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등 오지환, 박해민에게 병역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비등해지면서 선 감독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에 이르렀다. 현직 국가대표 사령탑이 이 자리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

    선 감독은 손혜원, 김수민 등 야구에 무지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물론 해당 의원들은 야구를 모욕했다는 팬들의 거센 역풍을 맞고 사과하거나 잠잠해졌지만 선 감독은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의 논란으로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지난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과정에서 정 총재의 발언도 화를 키웠다. 정 총재는 이후 국정감사에 나와 "TV로 경기를 보며 선수를 체크한 것은 선 감독의 불찰이었다"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등 문제적 발언을 내놨다. 국가대표 감독을 감싸야 할 총재가 오히려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팬들과 야구계는 질타했다.

    정 총재는 이후 간접적으로 선 감독에게 사과하고 붙들었지만 이미 선 감독은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고 사퇴를 결심한 뒤였다. 올해 취임사에서 "아시안게임과 20202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대표팀의 지원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던 정 총재였지만 결과적으로 대표팀을 흔든 모양새가 됐다.

    ▲한풀 꺾인 야구 인기, 내년 반등 계기 마련할까

    사건의 홍수 속에 KBO 리그는 역대 최다 관중 기록 경신이 무산됐다. 807만여 명이 들어서 3년 연속 800만 관중은 돌파했지만 지난해 역대 최다인 840만여 명보다 4% 정도가 줄었다. 5년 만에 관중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박병호, 김현수, 황재균 등 해외파들의 복귀 호재를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KBO 리그는 박찬호, 김병현, 이승엽 등 해외 리그에서 뛰던 스타들의 가세로 평균 관중에서 역대 최다 기록(1만3451명)을 찍은 바 있다. 올해도 2012년의 효과를 노렸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8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한국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아시안게임 이후의 여론은 성적 지상주의가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대한민국은 형평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부상한 사회가 됐다. 결과만 좋다면 특혜를 줘도 된다는 인식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프로 선수도 도덕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팬들의 요구가 강해졌다.

    지난달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정운찬 KBO 총재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때문에 2019년은 한국 야구에 더욱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8년의 시행착오를 딛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데다 더 미세해진 팬들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당장 KBO는 1월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새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설 2020년 도쿄올림픽은 다시금 한국 야구의 부흥을 이끌 중요한 기회다. 올해 흔들린 대표팀을 잘 추슬러 내년부터 다시 다져가야 올림픽에서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다.

    여기에 각 구단과 선수들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KBO 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온 타고투저 기현상에 따른 기록의 거품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덩달아 선수들의 몸값도 오르고, 반대로 품귀 현상에 투수들까지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 몸값 100억 원이 넘는 대형 FA(자유계약선수)들이 속출하지만 그에 맞는 경기력이냐는 의문과 저연봉 선수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선수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와 몸값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 스포츠라는 자만에 젖어 있기에는 올해 관중 감소와 거센 여론의 질타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2018년에 대해 "각종 사건과 사고들이 많았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신임 총재 체제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올해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대해 장 총장은 "이미 시즌 중 각 구단들의 동의를 얻어 공인구 반발 계수를 낮추는 등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 사령탑 발탁에도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 뽑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의견을 적극 참고해 선수들을 선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희망으로 출발해 실망으로 막을 내린 2018 한국 야구, 과연 내년에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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