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는 일반인들에게는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다.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수장고로 돌아가 수년 혹은 수십 년간 빛을 보지 못한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수장고를 개방해 작품 전시 기회를 넓히고, 부족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된 수장고가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개방형 수장고가 문을 열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청주'이다.
공식 개관을 하루 앞둔 26일 언론에 공개된 청주관은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네번째 국립현대미술관 분점이다.
옛 담배공장(연초제조창)이었던 미술관 건물은 2년간의 건축과정을 거쳐 연면적 19,855제곱미터, 지상5층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청주관의 가장 큰 특징은 '수장형 미술관'이다. 작품을 보관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개방해 전시와 수장의 두가지를 충족하겠다는 컨셉이다. 실제 면적의 40%가 수장공간으로 쓰인다. 약 1만1천여점을 보관할 수 있다.
청주관은 일반 미술관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특정 주제, 특정 작가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밀도 높게 작품이 보관, 전시돼 있었다. 담배공장을 개조해 전체적인 건축물의 느낌도 현대적이다. 다만, 보관 작품을 충분히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친절함이 더 필요해보였다.
1층부터 국내외 유명 조각가, 설치 미술가들의 작품이 개방형 수장고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김복진의 <미륵불>부터 송영수의 <생의 형태=""> 등 진귀한 현대 조각 작품들이 빽빽히 전시돼 있다. 백남준의 <데카르트>, 서도호의 <바닥>,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 등 설치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정 주제를 가지고 큐레이터가 엄선하는 미술 전시와는 달리 작품이 날 것 그대로 관객들을 만나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3층에도 명장의 가마터에서 수집한 버려진 도자기 파편으로 만든 이수경의 조각들을 비롯해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치미술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최정화의 작품을 비롯한 많은 현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품이 어떻게 복원, 관리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4층에서는 실제 연구관들이 미술품을 정교하게 복원하는 작업을 창 넘어로 볼 수 있다.
5층은 기획전시실이 운영돼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한다. 이번 기획전으로 내년 6월까지 이어지는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포착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국내외 명성을 쌓고있는 강익중, 김수자, 김을, 정연두, 임흥순 등 중견작가와 전소정, 양정욱, 김다움, 고재욱 등 젊은작가의 작품 23점이 전시된다.
청주 출신인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입구에서부터 관객을 맞는다. 기획전시실에는 전세계 8개 도시에서 촬영된 김수자의 <바늘 여인=""> 영상부터 김옥선의 <해피투게더>, 이선민의 <트윈스> 등의 사진작품이 일상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모습을 포착한다.
(사진=조은정 기자)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양정욱의 움직이는 조각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는 심야시간 경비초소 안에 있는 경비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일상의 삶 속에 이어지는 노동과 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미술관은 27일 예정대로 개관하지만 청주관 주변은 아직 관람객들을 맞기에는 어수선한 모습이다. 주차장, 잔디공원을 비롯해 주변 대부분의 시설들이 공사중이다.
개관을 연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위진 관장 직무대리는 "주변이 어수선해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민과 국민에 대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개관 준비가 돼 있으면 개관을 하고, 보완할 사항이 있으면 보완해가하면서 하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좋지만, 작품이 혹여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하고 미술관 주변 정리를 시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로공단>피곤은>트윈스>해피투게더>바늘>삼라만상>별>검은>바닥>데카르트>생의>미륵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