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이사회가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받아들여 차기 은행장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내정을 확정했다. 위성호 현 행장이 자신의 연임불가를 수용한 것이다.
신한은행 이사회는 27일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진 내정자의 적합성을 검증한 뒤 최종 선임했다. 진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회의에 참석한 임원후보추천위원은 위 행장과 사외이사들이다. 결국 위 행장이 진 내정자 인선에 동의한 게 되고, 동시에 자신을 교체시킨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뜻을 수용한 게 된다.
전날 취재진을 향해 "왜 인사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던 위 행장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차기 가도'를 위한 일보후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자료사진)
위 행장은 지난해 지주 회장직을 놓고 조용병 현 회장과 양강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유력 차기주자다. 3년 뒤 차기 회장 경쟁에 투신하려면 내부갈등의 장본인이 돼봐야 득될 게 없다. 8년전 '신한사태'를 악몽으로 기억하는 임직원들의 정서를 감안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위 행장은 신한사태 때 라응찬 회장 편에 섰던 '사태 연루자'로 평가되기도 해, 신한사태를 환기시키는 행보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위 행장은 '후배를 위한 용퇴' 프레임을 깨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인사적체 문제가 지적돼왔고, 그룹도 사장단 인사의 명분을 "조직의 활력과 역동성 제고"로 내세웠다. 조용병 회장도 선제적으로 "바뀐 분들 중 임원 생활을 8년에서 11년 정도 하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룹 규정상 퇴임 2년이 지나지 않은 전직 사장단까지 지주사 회장 후보가 될 수 있는 만큼, 위 행장은 '차기 대권' 기회가 남아 있다. "끝장낼 게 아니라면 일정기간 은인자중하면서 권토중래하면 된다"(금융권 인사)는 얘기다.
다만 위 행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상실한 채 2년 뒤를 도모해야 하는 처지다. '남산 3억원 사건'에 연루된 상태여서 수사대상에 몰릴 수도 있는 위 행장 판단에 그룹이 '기회제공'의 확신을 주지 않는다면 '반격' 가능성은 없지 않다.
또 이번만큼은 물러섰다지만 내년 3월 임기까지 위 행장이 계속 동일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후임자 업무 인수인계 등 3개월간 '불편한 동거'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