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경찰서(사진=전남 해남경찰서 제공)
경찰의 관리감독 소홀로 50대 살인 사건 피의자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경찰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유치장 관리 매뉴얼상 끈이 있는 옷은 회수하고 다른 옷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유치장 내부를 CCTV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담당 경찰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0분쯤 해남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던 김모(59)씨가 목에 끈은 맨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조사 결과 김씨가 스스로 목을 맨 끈은 검거 당시 김씨 입고 있던 외투 하단부에 들어있던 조임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유치장 관리 매뉴얼상 끈이 부착된 외투의 경우 회수 조치하고 다른 옷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당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청 훈령 제670호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 따르면 유치인 보호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피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 그 피의자가 수사상 또는 유치장의 보안상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물건을 소지하고 있을 때는 그 물건을 유치기간 중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허리띠나 넥타이, 구두끈, 안경, 금속물 등 자살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과 범죄의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의 경우 경찰이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씨는 이날 새벽 5시쯤 유치장 내부에 설치된 화장실쪽으로 이동했다.
유치장 근무 경찰관이 근무를 성실히 했다면 김씨가 오랜 시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고 유치장을 확인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숨진 김씨는 화장실에 들어간 지 약 1시간 20분 뒤인 오전 6시 20분쯤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경위를 토대로 볼 때 유치장 관리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며 "담당 경찰관의 근무태만과 함께 유치장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이유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27일 낮 12시쯤 광주시 서구 양동에서 살인 용의자 김씨를 체포한 뒤 해남경찰서로 압송해 1차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경찰서 유치장에 김씨를 수감해둔 상태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사망자의 휴대전화 개설과 대출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해남은 가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해남경찰서 관계자는 "유치장에 수감하기 전에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했지만 외투 조임끈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모(58)씨의 시신은 지난 18일 오후 2시 20분쯤 전남 해남의 한 간척지 공사장에서 포크레인 기사에 의해 목에 노끈이 감겨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