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 씨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안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에서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유족들은 "부족한 첫걸음"이라며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더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직접 나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0년 동안 1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는데 발전소에서 하청에게 일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게 평범한 사람들 생각에는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통과됐지만 용균이의 친구들은 여전히 하청노동자로 일해야 한다. 많이 부족한 법이다"며 "아직 태안화력 1~8호기의 컨베이어 벨트도 위험하기에 노동자들이 위험으로부터 즉시 벗어나야 한다.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어간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책위 측도 기자회견문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며 "이 법의 처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6년 숨진 구의역 김군과 올해 태안화력 김용균이 하는 일은 여전히 도급으로 남아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법이 개정된 것 이외에도 정부와 법원이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솜방망이 처벌이나 눈가림식 안전점검 관행을 전면 혁신하지 않으면 비극이 또다시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모든 권한을 위임한 시민대책위는 특별근로감독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고,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도 없고, 태안화력 1~8호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즉각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작업중지 요구도 거부됐다"며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안전조치나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하게 하는 사업주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강화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산안법이 국회를 통과해 다행"이라며 "김용균씨 유족을 직접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