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훗이 나간 후에 왕의 신하들이 들어와서 다락문들이 잠겼음을 보고 이르되 왕이 분명히 서늘한 방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 하고" (사사기 3장 24절, 개역개정)
여기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는 큰일을 본다는, '서늘한 방'은 화장실을 뜻한다. 왜 그럴까.
중근동 지역 남성의 전통복장은 통치마이다. 이런 복장을 한 남성들에게 소변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앉아서 용변을 볼 수밖에 없다. 앉으면 옷에 발이 가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옛날 화장실은 건물 안이 아닌 밖에 있었다. 중근동의 전통 건축물은 평평한 지붕 위에 종려나무 잎사귀 등으로 만든 가건물을 세우는데, 이것이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방'이다.
이처럼 성경 속 등장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중근동의 문화를 알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성경이 중근동을 배경으로 쓰였으며, 1차 독자들도 중근동의 중심부에서 살아간 이들이기 때문이다.
신간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구약편="">은 '문들아 머리 들어라', '재 대신 화관을', '삼갈의 소 모는 막대기' 등 문화가 다른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속 구절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중근동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 호흡한 김동문 선교사이다. 그는 <한겨레 21="">,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뉴스앤조이> 등 다양한 매체에 중근동 세계의 목격자로서 그곳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해 온 인물. 그가 직접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만지고, 두 귀로 듣고,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읽은 성경의 땅에서 읽고 묵상한 것의 집대성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강점은 우리가 의도치 않게 소외시킨 성경 속 낮은 자를 만나게 한다는 데 있다. 완벽한 믿음의 조상 이삭의 남모를 아픔,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최고의 왕국 이집트를 떠나 광야에서 익숙한 삶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음탕한 고멜이 정말로 우리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나쁜 여인이었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성경이 쓰인 시대를 살아갔던 그들의 삶의 현장을 함께 살아보면서 만난 새로운 하나님은 다소 의외였다. 내가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그 하나님은 바로 '낮은 자의 하나님'이었기 때문이다. 사람 취급 받지 못했던 흙수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자 왕같은 존재들이라고 선언하는 하나님이었다."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프롤로그 중)
글과 함께 신현욱 목사가 그린 삽화들이 풍성하게 담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는=""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 김동문 글, 신현욱 그림 / 선율 / 288쪽 / 1만 6000원.낮은>중근동의>뉴스앤조이>오마이뉴스>미디어오늘>한겨레>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