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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데드크로스와 임중도원(任重道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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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데드크로스와 임중도원(任重道遠)

    [구성수 칼럼]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2018년 무술년, 황금 개띠 해가 다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에게 올 한해는 아쉬움과 회한이 많은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출범 초반 한때 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데드크로스는 원래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 현상이 발생하면 주식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약세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에서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지지율 역전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결과 문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3.8%, 부정평가는 51.6%였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오차범위(±3%p)를 훨씬 넘어서 무려 8%p 가까이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잘 나가던 문재인 정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리얼미터는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해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김태우 폭로 사태 관련 논란, 김정호 민주당 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 법정 주휴일 최저임금 산정 포함 논란 등에 대한 언론보도와 야당의 공세가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길게 보면 남북간 관계개선과 경제협력이 북한 비핵화문제에 가로막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경제적인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고용과 투자 등 경제지표는 온통 빨간불이다.

    일자리 정부임을 표방했음에도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실업률로 고통을 받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의욕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러한 위기국면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소득주도성장을 들고 나왔지만 우리 경제 현실과 맞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서투른 정책만을 남발했다.

    단적인 예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최저임금인상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 결과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를 거리로 내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의욕만을 앞세운 아마추어리즘의 결과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정부 내 혼선과 갈등도 빚어졌다.

    다른 어느 정부보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는 빈말이 되고 있다.

    적폐청산을 주창하면서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이어졌다.

    누가 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런 답답하고 실망스러운 상황이 데드크로스로 이어졌으리라.

    해마다 이맘때면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를 상대로 한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한다.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2위는 밀운불우(密雲不雨)가 차지했다.

    임중도원은 논어(論語) 태백(泰伯)편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밀운불우는 주역(周易)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말로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두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렵고 답답한 상황을 짚은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임중도원을 추천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말고 끝까지 가달라"는 당부요 경고라고도 했다.

    이 땅의 지성인들이 답답함 속에서도 아직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하겠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모토로 출범했다.

    출범 20개월 만에 데드크로스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재 무슨 짐을 지고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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