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대담 : 정치부 도성해 선임기자
북한 사회로 깊숙하게 들어가 보는 NK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도 통일부를 출입하는 도성해 선임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임미현 > 지난 시간에 '전자상점'이라는 북한의 인터넷 쇼핑몰 소개해주셨는데, 인터넷 쇼핑몰은 사실 배달이 생명 아닙니까?
◇ 도성해 > 예, 배달망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할텐데요,
북한에서 처음 만들어진 '옥류'라는 전자상점을 관리하는 곳이 인민봉사총국이라는 곳입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이 전한 소식을 빌리면, 인민봉사총국 산하에 여러 곳의 운수사업소들이 있고, 여기서 주문된 상품들을 집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받은 상품의 송달도 신속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사업체계가 꾸려져 있다"는 건데요, 24시간 배송 서비스도 등장했다고 하네요.
‘24시간 내 무료 배송’을 홍보하고 있는 북한의 한 전자상점(온라인 쇼핑몰) (사진=북한 선전매체 메아리)
◆ 임미현 > 무료 배송 서비스도 있다구요?
◇ 도성해 > 예, 평양 제1백화점은 전용 온라인 쇼핑몰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해드렸는데, 여기서는 무료 배송 서비스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또 '앞날'이라는 전자상점에서는 지난해 초에 새해맞이 이벤트로 24시간 안에 무료로 송달해주는 서비스와 가격 할인, 즉시 반품 서비스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쇼핑몰이 계속 늘어나면서 우리처럼 택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평양과 지방 대도시들에 택배 회사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최근에 평양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치킨이죠, 닭튀김집 배달 서비스도 등장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 임미현 >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전자결제가 가능해야 되지 않습니까?
◇ 도성해 > 예, 북한에서도 나름대로 전자결제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식 용어도 '전자결제카드'인데, '나래'라는 카드를 먼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2010년 12월말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충전식 선불카드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없어서 현금으로 달러나 유로화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야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외결제은행 외화교환소에서 가입비 3달러를 내고 '나래' 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달러나 유로화로 충전을 하면 외화상점이나 식당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물론 북한 주민들도 전자결제를 이용하고 있겠죠?
◇ 도성해 > 북한 주민들도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통장에 입금된 잔고만큼 전자결제카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리’ 전자상점 안내 페이지. 모든 전자결제 지불이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눈길을 끈다 (사진=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들에 따르면 '나래' 외에도 '금길', '실리' 등 다양한 전자결제체계가 오프라인 상점이나 식당은 물론 전자상점 거래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상품을 검색하고 전자결제카드로 계산한 뒤 물품을 배송받는 시스템이죠.
선불식이나 체크카드 방식 외에 신용 전자결제계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그런데 평양같은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거 아닌가요?
‘전성’ 전자결제카드 (사진=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 도성해 > '나래' 외에 '전성'이라는 전자결제서비스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6월 현재 전국 수백 개의 지점에 카드취급소가 개설되었고, 1천여 개의 상점이나 식당 등에 전자결제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북한 중앙은행의 모든 지점과 무역은행, 대성은행 등 여러 은행, 마식령스키장, 문수물놀이장, 옥류관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전국 여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건데요. 당시 메아리라는 선전 매체가 평양발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전성카드에는 본인이 은행에 입금시킨 금액이 입력되어 있으므로, 이 카드를 가지고 대동강 맥주도 봉사 받을 수 있고,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 상품도 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카드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송금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려명’ 자전거카드 (사진=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 임미현 > 이런 전자카드로 자전거도 빌려 탈 수 있다구요?
◇ 도성해 > 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와 비슷한데요 '자전거 임대 봉사'가 도입됐습니다.
평양시 광복거리에서부터 약 1년 전부터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으니 지금은 더 많이 확산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자전거를 타려면 '려명'이라는 자전거 카드를 구입해야 됩니다. 카드 신청서를 작성한 뒤 평양자전거임대관리소에 가서 앞서 말씀드린 '전성'이라는 전자결제카드로 자전거 카드를 구입하고, 여기에 요금을 충전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고, 365일 쉬는 날은 없다고 합니다.
5. 평양의 한 자전거 보관소 (사진=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그런데 서울시의 따릉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건데, 자전거 임대소 관련 사진을 보면 자전거 거치대 옆에 간이 건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걸 보면 아직까지 모바일 결제는 안되고 다른 상점이나 식장에서처럼 충전식 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추정됩니다.
◆ 임미현 > 북한도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나봅니다?
◇ 도성해 > 예,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우리처럼 진화된 핀테크는 아니지만 전자상점 이용이나 간편 결제를 위해 북한에도 초보적인 수준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제연구'라는 북한의 계간학술지에 실린 한편의 논문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봉현 IBK북한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최근 한 세미나에서 소개한 논문인데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주민금융봉사를 활성화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문제'라는 제목입니다.
여기서 필자는 "손전화기 금융봉사의 기초는 결제의 안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체계의 안정성이다, 또 그렇게 해야 손전화기를 통한 전자상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전자상업을 더 확대시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죠.
논문은 또 "현금 유통량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금융봉사의 현대화, 정보화 수준을 높여서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에 이바지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이동통신 기관들은 손전화기를 이용한 상품구입, 금융거래에 대한 통보문, 자금결제의 확인과 대금의 지불에 대한 정보를 결제자와 피결제자 사이에 제공할 수 있는 통신하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금융기관들은 주민들이 화폐수입을 은행에 예금하도록 하고 예금이 숫자화되어 손전화기를 통해 개인 간에, 그리고 상품판매 및 봉사기으로 안전하게 옮겨지도록 할 수 있는 금융정보 봉사망, 조작체계,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어제(1일) 발표한 신년사를 보면 경제부문에서 자력갱생을 특별히 강조했는데, 북한 당국은 모바일 금융 활성화를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임미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