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확대이미지
EBS노조가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EBS의 행태를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유규오, 이하 EBS지부)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은 [EBS, 청와대 지시받아 박근혜 홍보영상 찍었나](2018. 12. 10.)라는 보도를 했고, EBS지부는 박근혜 홍보 캠페인을 만든 프리랜서 PD를 직접 인터뷰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EBS지부에 따르면 2015년 7월 20일 EBS 관계자 3명과 청와대 관계자 3명이 청와대에서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정책 성과를 집중 홍보해 따뜻한 대통령상을 보여주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이라는 프로그램은 2015년 12편, 2016년 18편, 2017년 3편 총 33편 제작될 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9월 18일부터 편당 5회씩 방송됐고,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도 올라갔으며, 매 편 방송 실적은 청와대에 보고됐다.
EBS지부는 "박근혜 홍보 캠페인은 아이템 기획부터 원고 검수, 촬영 대상 선정, 최종 완성본 검수까지 매 단계 청와대 담당자에게 직접 승인받고 진행했다"며 "해당 프리랜서 PD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굴욕적이고 공영방송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제작시스템을 받아들인 것은 대외협력국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캠페인의 마지막 장면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넣으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프리랜서 PD가 반대 의견을 내자 대외협력국 담당자가 청와대 뜻대로 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지어 2016년 말 촛불 시위가 커져가고 탄핵 논의가 본격화되자 청와대에서 홍보 캠페인 관련 EBS 내부 분위기를 체크해달라는 요구에 프리랜서 PD가 협의한 사람도 당시 정책기획본부장과 대외협력부장이었다. 이때가 되니 비로소 박근혜 흔적을 없애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BS지부는 청와대가 '지식채널e'에서 이 내용을 다뤄달라고 했으나 제작진이 거부하자, 정규 프로그램이 아닌 SB 캠페인으로, 자체 제작이 아닌 외부 프리랜서 PD 제작으로 바꾼 것이라고 부연했다.
EBS지부는 박근혜 홍보 캠페인 사건에 관해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엄격성을 스스로 훼손한 사건"이라며 경영진에게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 프로그램 감사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EBS지부는 "우리는 EBS의 부끄럽고 참담한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밝힐 것이다. 그것만이 EBS의 공영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며 별도의 노사 동수 위원회 구성을 사측에 요구했다.
29일 오후 현재 EBS 유튜브 계정에 남아있는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 홍보 영상. 왼쪽 상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이 보인다. (사진=유튜브 캡처)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