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입니다. 하지만 손끝에서의 작업라인 느낌은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31일 오전 7시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도 공장 주변은 활기가 넘쳐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듯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는 노동자들의 얼굴에선 일터에서 쫓겨난 지낸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날 쌍용차 해고자 119명 중 절반이 넘는 71명이 공장으로 복귀했다.
햇수로 10년. 일터를 잃고 쫓겨났던 노동자들은 그렇게 강산이 한번 개벽할 시간을 건너서야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전 7시 30분 축하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복귀 노동자들은 공장 정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공장으로 향하는 노동자의 걸음에선 힘이 묻어났다.
복귀 노동자 최영호(48)씨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담담했는데, 오늘 새벽부터 사람들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또 이렇게 옛 동지들을 만나니 긴장되고 떨린다"며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송재호(48)씨는 "기숙사 배정을 받기 위해 어제 저녁 창원에서 올라왔다"며 "10년간 기계 공장에서 일해왔는데 내 일터로 다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복직자들은 카네이션 전달, 가족 편지 낭독 등 행사를 진행한 뒤 일터로 들어갔다.
이들은 서로를 힘차게 끌어안고 그간의 힘들었던 세월을 가슴 한켠에 묻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10년을 함께 고생한 동지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일터로 돌아가서도 기존 동지들과 살맛 나는 일터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남은 조합원들이 모두 복직한 후 마지막에 복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위해 이날 복직하지 않았다.
김 지부장을 포함한 나머지 48명은 노사 합의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복직할 예정이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전체 임직원의 36%인 2천600여 명이 정리해고 되자 노조원들이 반발해 5월 21일 옥쇄 파업에 돌입하면서 촉발됐다.
77일 간 이어진 파업 과정에서 한상균 당시 쌍용차지부장 등 64명이 구속됐고, 1천700여 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조합원 970여 명은 옥쇄 파업을 끝까지 버텼지만 무급휴직(454명)이나 명예퇴직을 택해야 했고, 165명은 끝까지 선택하지 않아 결국 해고자 신세가 됐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호전된 2013년 가장 먼저 무급휴직자 454명을 전원 복직시켰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등을 2016년 40명, 지난해 62명, 올해 16명 복직시킨 바 있다.